테넷( TENET)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장르 : 액션 외
개봉일 : 2020.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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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는 없다.
내가 영화관에서 보다 살짝 졸았던 경우가 딱 2번 있는데, 한번은 뜻하지 않게 3번이나 관람하게 된 콘스탄틴이었고, 바로 이 영화다. 거의 끝부분에 가서 살짝 졸았는데, 그것은 집중력의 피로감, 뇌의 피로감 때문일려나 싶다.
영화가 난해하고, 불친절하다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영화가 난해하고, 불친절하다는 것은 단순히 엔트로피니, 시간개념이니 그런 과학적 배경지식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극 중 대사에 나온 단순한 한 두 마디 설명이면 영화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 그냥, 인버전이라는 개념이 저거구나.', '지금 주인공은 인버전 상태에서 싸우고 있구나.' 이정도면 충분하다. 그래서 흔히들 인용하는 '이해하려 들지 말고 느껴라'라는 영화 속 대사의 말이 맞다. 그러나 문제는 영화 자체의 인과성, 내러티브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루프물이나 타임 역행물 같은 경우 과거로 돌아가 어떤 짓을 해서 미래가 바뀌었다거나,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꿨으나, 그 바뀐 미래가 바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었다는 식으로 무한 반복(루프물)으로 결론을 내린다. 여기서 사람들은 영화 자체의 인과성은 금방 이해하고, 잘 따라온다. 이는 사람들이 생각할 때 자연스레 따지는 인과성(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있다)에 맞춰 스토리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인과성이 뒤죽박죽이다. 바로 이 점이 영화를 난해하고, 불친절하게 만든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나름대로 사건의 순서, 인과성, 타임라인을 머릿속에 넣어서 이해를 한다. 그러나 시간 역행물 경우 그러한 타임라인이 헷갈릴 수가 있기 때문에 머리속에서 재구성하는데 시간을 필요로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끊임없이 사건에서 사건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관객들은 미처 이것을 정리하지 못한 채 2시간 4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영화를 따라가야만 한다. 이 영화의 타임라인을 이해하려면 N차 관람은 거의 필수라 생각된다.
이 영화도 영화인 이상, 주인공에 맞춰서 순서대로 흐르고 있다. 주인공이 인버전 상태든, 어떤 상태든 간에 어찌됐든 영화 속 주인공은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고 있으니까. 그래서 영화도 그냥 그렇게 볼 수 있고, 그렇기에 대략적으로 이야기가 이렇게 시작에서 그렇게 끝났다고 이해할 수는 있는데, 어떤 부분이 어떻게 된 건지, 어떻게 흘러가게 되었는지는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지금 나와 있는 해석 영상만 봐도 그렇다. 이 리뷰를 쓰기 위해 필자도 해석 영상을 봤는데, 대부분이 인버전에 대한 과학적 배경 지식 설명이거나 어째서 이 장면인지 등장했는지 부분적인 설명하는데 그치고만 있지, 영화의 전체적 흐름을 인과성에 맞춰 정리한 영상은 없다. 영화에 등장하는 생소한 용어들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아무래도 영화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용어들의 개념을 철저하게 이해하지 않아도 영화 그 자체를 이해하는데 지장은 없다. 고로, 해석 영상을 봤어도 아, 그렇구나 하는 수준으로 지나갈 뿐 속시원하게 떡밥을 해석하고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영상은 아직 못 봤으며, 굳이 이 리뷰를 위해 볼 필요도 없었던 것 같다. 영화 자체에 대한 리뷰지, 그 안의 해석을 위한 리뷰는 아니니까.
여튼 문제는 관객들이 영화의 난해성으로 인해 영화에 담긴 주제의식이나 영화 속 떡밥들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에 머리를 쓸 틈이 없다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이야기를 어느 정도 이해했어도 내가 이해한 것이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테넷은 별로 였다.
필자는 영화가 어느 한 방향으로 명확히 정해져 있는 것을 선호한다. 그냥 생각없이 액션이 빵빵 터지고 CG과 화려한 볼거리 가득한 영화를 만들거나, 아니면 현실적인 문제를 꼬집거나, 뭔가 철학적인 질문을 담아내거나. 그러나 영화 테넷은 그 지점이 명확하지 않다. 새로운 시도, 액션, 연출은 좋았지만, 이것만 생각없이 즐기기엔 이야기의 난해함이 거슬렸고, 그렇다고 각잡고 시사적이거나 철학적으로 뜯어보며 볼만한 영화는 아니었기에 개인적으로 별로였다.
영화 속 떡밥들을 회수, 정리하는 걸 좋아하거나, 어떤 과학적 이론들을 영화로 구현해놓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추천해줄만한 영화다. 영화의 액션이나 연출도 훌륭하므로, 이것을 즐기시는 분들께도 역시 추천드릴만 하다. 그러나 필자처럼 이야기의 인과성이 분명한 걸 선호하거나, 영화의 목적이 분명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별로일 것이다.
아마 N차 관람을 하거나, 명확한 해석 영상이 나온다면 필자의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평가는 오직 1회차만 관람한 관객으로서 내리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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