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요즘 날씨가 무척 좋아요.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은 덩달아 기분도 좋아지고, 좀 더 활기차지는 듯해요. 공기도 좋고, 온도도 시원하고, 햇빛은 또 얼마나 밝은데요. 그래서 그런지 실내에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 더 아쉽게만 느껴지는 듯하네요. 모처럼 이렇게 좋은 날은 밖을 걸어야 하는데 말이죠. 맑은 하늘과 맑은 공기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조금 있으면 벚꽃도 슬슬 피어나겠죠. 그 때까지 부디 코로나가 잘 잡혀야 할텐데.
torschlusspanik 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독일어인데, 뜻이 매우 재밌는 단어예요. '마감직전의 불안감이나 초조함', '(인생에서) 중요한 일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예요. 또는 '마감 시간이 될 것에 대한 공포심', '(인생에서)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았나 하는 공포심'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어요.
이 단어가 만들어진 곳은 독일인데, 이 단어의 뜻을 보면 한국의 현 20-30대 청춘들을 가장 잘 가리키는 단어가 아닐까 해요. ...다들 절박하니까요. 한순간에 찾아온 이 기회가 마지막 기회는 아닌지 초조하거나 혹은 이미 놓쳐 버렸던 기회들이 내 인생에서 마지막 기회였고 앞으로 더 이상 내 인생에서 기회는 없을 거라는 의구심과 두려움을 느끼는 거지요. 그만큼 미래가 불안하니까요. 미래를 생각하며 희망을 외치는 대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외치는 사회지요.
저도 종종, 자주 그런 의구심과 불안감을 느껴요.
중요한 시기를 그냥 보내버렸고, 그 대학생 시기에도 못 이루었던 것을 과연 앞날에는 이룰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마음이지요. 그냥 흐르는대로 마음 편히 살면 좋으련만 마음이 그렇지가 않네요. 고민해봐야 어쩔 수 없는 영역이고, 그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지 마음으로 살아야지요. 결과는 뭐 미래의 내가 떠안을 거예요.
그 불안감과 초조감 때문에 그런 것인지 어느 순간부터 버킷리스트에 집착하는 내가 있더라구요. 버킷리스트... 좋아요. 그건 어릴 적부터 생각해왔던 작은 목표들이고, 그 목표들을 하나씩 하나씩 이루면서 경험도 쌓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그 버킷리스트를 이루려는 내 집착이 내 삶을 갉아먹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문득 들더라구요.
버킷리스트에는 내 장기적인 목표와 꿈도 있지만, 아주 사소하거나, 일회성에 지나지 않는 것들도 있지요. 예를 들어, '도서관에서 책 쌓아놓고 읽으면서 하루 보내기', '나만의 DVD 수집하기'와 같은 것들은 한번쯤 해볼만한 것이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한번쯤 해볼만, 즉 매우매우 사소한 것이기도 하지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들 말이에요. 그것은 버킷리스트에서도 최후순위로 미룰 수 있는 것들이지만, 별다른 노력이 들지 않는 터라 가장 먼저 시도하는 것이기도 해요. 대신에 더 중요한 버킷들이 밀려나게 되는 결과가 생기지요.
버킷리스트는 내 삶의 일부였을 뿐, 내 삶이 아니었어요. 내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루는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버킷리스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살더라구요. 그리고 이루지 못하면 초조해지기도 하구요. 이때까지 작성했던 버킷리스트를 버리는 건 아깝지만, 과감하게 버릴지 아니면 재활용할지 고민이 되네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자 했는가 다시 고민해보는 것이에요. 난 좀 더 멋진 사람, 좀 더 잘난 사람,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타인에게도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쉽지 않는 일이지요. 그래도 원했으면 노력해야겠죠. 노력해서 원하는 것을 얻든가 아니면 원래 성격이나 장점을 살리든가. 결국 마음 가는대로 선택하게 되지 않겠어요?
결국 버킷리스트는 내 삶을 위한 보조 기록물에 불과할 뿐이에요.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되려고 했던가를 떠올리는 것이지요.
기회에 대한 불안감, 버킷리스트에 대한 집착은 잠시 접어두고 본래 목표를 되찾아야겠어요.
늘 그렇듯 하는 새로운 다짐이에요.
당신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해오던 일은 잘 되고 있는지, 앞으로의 일에 대해 고민은 없는지, 혹시 모를 초조함이나 불안감은 느끼고 있지 않는지. 다시 생각해보고 방향을 다시 잘 잡아봐요. 우리.
2020년. 뭔가 시작하기엔 어감이 단어잖아요. : )
p.s 끝맺음을 바꿨어요. 오해가 생길까봐요.
2020년이라는 단어가 딱딱 맞아떨어져서 어감이 좋다는 생각으로 썼는데, 현 시국에 알맞지 않는 듯해서요.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2020년 한해는 전염병으로 시작하네요. 부디 잘 해결되길 바라지만, 요즘 심상치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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