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햇빛이 비추고 바람이 볼을 쓰다듬는 기분좋은 날에는 문득 너를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그런 너를 그리기 위해 이렇게 종종 글을 쓴다.
'넌 상담사 같은 직업을 하면 잘할 것 같아'라고 말하던 너의 모습이 떠오른다.
난 실제로 설명하거나 말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성격이 모나지 않아서 선생님이나 공무원, 상담사가 잘 어울렸다.
너에게 나는 어떤 이미지나 어떤 모습이었을까.
넌 나에게 '넌 이런 거 어디서 배웠어?' 라든지 '넌 상담사 같은 직업을 하면 잘할 것 같아'와 같은 말들을 나에게 하곤 했다. 그런 너의 말 속에서 네가 나에게서 척척박사나 달변가의 면모를 찾아내 바라보고 있음을 느끼곤 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난 너에게 별다른 말을 해주진 않았던 것 같다.
너만의 매력이 가장 너다운 것이다는 핑계로 깊게 따져보지도,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넌 그냥 너였다. 너의 이름에 -스럽다 라는 단어를 붙이면 딱 너만을 가리키는, 너에게 어울리는 그런 형용사였다.
넌 다소 털털했고, 좋고 싫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말은 너의 성격에 대한 설명에 불과할 뿐이다.
말하자면 넌 호기심이 많은 고양이 같은 아이였다.
솔직담백하게, 좋고 싫음을 분명하게 행동하면서도 정작 속마음은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고, 애써 티내지 않으려 아닌 척 굴었다. 그런데 또 궁금한 것은 많아서 늘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곤 했다. 하지만 내가 도우려고 손 내밀면 자신의 일이라며 해야 한다며 혼자 낑낑댔다.
네가 프로필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것이라며 들여다볼 곳이 많은 사람이면 좋겠다는 사진을 올렸던 것과 같이 넌 나를 만날 때면 나의 세계가 신기한 곳이라도 되는 듯이 여기저기 들여다보곤 했다.
물론 고양이답게 사나운 면모도 있었고 티격태격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이 꼭 싫지많은 않았다. 우린 늘 하던 것처럼 기나긴 대화로 풀어나갔고, 또 많은 부분을 서로를 생각하며 조심스레 맞춰가곤 했다.
아, 너에 대한 생각을 참 오래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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