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오래도 했다.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9. 24. 12:50

이렇게 햇빛이 비추고 바람이 볼을 쓰다듬는 기분좋은 날에는 문득 너를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그런 너를 그리기 위해 이렇게 종종 글을 쓴다.

'넌 상담사 같은 직업을 하면 잘할 것 같아'라고 말하던 너의 모습이 떠오른다.
난 실제로 설명하거나 말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성격이 모나지 않아서 선생님이나 공무원, 상담사가 잘 어울렸다.

너에게 나는 어떤 이미지나 어떤 모습이었을까.
넌 나에게 '넌 이런 거 어디서 배웠어?' 라든지 '넌 상담사 같은 직업을 하면 잘할 것 같아'와 같은 말들을 나에게 하곤 했다. 그런 너의 말 속에서 네가 나에게서 척척박사나 달변가의 면모를 찾아내 바라보고 있음을 느끼곤 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난 너에게 별다른 말을 해주진 않았던 것 같다.
너만의 매력이 가장 너다운 것이다는 핑계로 깊게 따져보지도,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넌 그냥 너였다. 너의 이름에 -스럽다 라는 단어를 붙이면 딱 너만을 가리키는, 너에게 어울리는 그런 형용사였다.

넌 다소 털털했고, 좋고 싫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말은 너의 성격에 대한 설명에 불과할 뿐이다.

말하자면 넌 호기심이 많은 고양이 같은 아이였다.
솔직담백하게, 좋고 싫음을 분명하게 행동하면서도 정작 속마음은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고, 애써 티내지 않으려 아닌 척 굴었다. 그런데 또 궁금한 것은 많아서 늘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곤 했다. 하지만 내가 도우려고 손 내밀면 자신의 일이라며 해야 한다며 혼자 낑낑댔다.

네가 프로필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것이라며 들여다볼 곳이 많은 사람이면 좋겠다는 사진을 올렸던 것과 같이  나를 만날 때면 나의 세계가 신기한 곳이라도 되는 듯이 여기저기 들여다보곤 했다.

물론 고양이답게 사나운 면모도 있었고 티격태격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이 꼭 싫지많은 않았다. 우린 늘 하던 것처럼 기나긴 대화로 풀어나갔고, 또 많은 부분을 서로를 생각하며 조심스레 맞춰가곤 했다.

아, 너에 대한 생각을 참 오래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