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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와 행정수요, 그리고 시민의식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6. 23. 02:12

어쩌면 국가입장에서는 국민의 수명 연장은 저주일지도 모른다.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니, 대처방안이니, 하는 기사가 쏟아지는 것을 보면 이는 당연한 말처럼 보인다. 무엇보다도 필자가 주목한 것은 고령화로 인한 행정수요의 측면이다. 국민의 수명연장은 고령화로 인한 행정수요의 증대를 필연적으로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이는 다시금 필연적으로 공무원을 증대시키는데, 공무원의 증가는 다시 정부의 재정 압박을 가져온다. 그렇다고 늙어가는 국민들은 내버려두는 것은 국가로서의 본질적인 의무를 져버리는 행위임으로 국가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과거 조선시대 이전부터 왕(국가)은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가 있었지만, 그러한 의무는 아주 좁은 의미에 불과했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수요는 현대처럼 수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고, 백성들 역시 감히 행정수요를 자유롭게 요구하지 못했다. 일부 식자층이나 혹은 수령과 인맥으로 닿아있는 사람이나 간간히 행정수요를 제대로 요구했을 뿐이다, 대부분의 백성들은 그저 호소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고, 수령과 이방들은 절대적인 행정 공급자로서, 백성위에 군림했다. 그들이 해야 할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마치 특별히 은혜를 베풀듯이 행정수요를 일부 충족해줬고 백성들은 감지덕지 고마워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시민들은 안다.
공무원이 국민을 위한 봉사자라는 것을. 그래서 시민들은 당연하게 공무원에게 행정수요를 요구하고, 또한 갑질을 해댄다. 하늘같은 국민에게 봉사하길 바란다.

시민의식이 성숙해지고, 시민들이 똑똑해질수록 그들은 그들의 권리를 요구할 것이며, 행정수요는 계속해서 늘어갈 것이다. 그리고 국가는 조선시대의 멍청했던 백성들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물론 어떤 이들은 공무원놈들이 철밥통을 끼고 앉아서 제대로 일처리도 안하고 거만하게 군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일부 직렬에 해당되는 말일 뿐이다. 직접적인 규제를 행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공무원들, 혹은 민원인을 상대할 일 없이 내부에서 행정적인 일만 하는 공무원이 있는가 하면 직접적으로 민원인과 면대면으로 만나서 처리하는 공무원도 있다. 이러한 공무원들은 대표적으로 세무직, 노동직, 사회복지직이다. 이들은 민원인 앞에서 바짝 엎드린다. 그리고 민원인 또한 당연한 권리인듯 요구하고, 공무원이 바짝 엎드리길 바란다.

이는 서서히 발전해왔던 서구 행정 문화와는 다르게, 급격하게 서구 행정을 그대로 도입하기 급급했던 영향이 크다. 그들은 과거의 고을 수령이나 이방이라도 된 듯이 공무원을 향해 거만하게 군다.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요구한다. 그들은 수요자와 공급자로서의 상호존중 하에 권리를 요구하고 요구받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갑과 을로서 만난다. 나는 대단한 국민으로서 당연한 행정수요를 요구하고, 너는 국민을 모시는 공무원으로서 행정을 공급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시민의식 속에서, 행정수요가 고령화가 될수록 더 증가될 거란 점이다. 국민들은 나이를 먹어갈 것이고, 그에 맞춰 여러가지 복지와 관련 행정을 당연한듯 요구할 것이다. 또한 사회는 점점 더 고도화 되고, 다원화될 것이며, 이에 맞춰 시민들의 의식수준도, 교육수준도 높아져 행정수요는 증대될 것이다. 그리고 국가는 국가의 의무로서 이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인간이 완전하게 사이보그화 될 수 있을 정도로 사회가 고도화되기 전까지, 인간 수명으로 인한 행정수요의 증대와 예산문제에서의 혼란을 정부와 국민은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