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요.
편지가 많이 늦었네요. 며칠 전 날씨가 너무도 좋아서 편지를 한 장 남겨볼까 했어요. 어쩌다 보니 이제서야 편지를 쓰게 됐네요. 오늘 오전에는 구름이 잔뜩 낀 잿빛 날씨였는데, 해가 떴네요. 선선한 바람도 불고요.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오전에 씻고 카페에나 갈 걸 그랬어요. 우중충한 날씨 때문에 카페를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집에 머무르고 있거든요.
제가 가려던 카페는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카페예요. 사실 부부인지는 모르겠어요. 작년에 우연히 방문했던 카페인데, 산딸기라떼가 너무 맛있어서 몇 번 찾아갔던 곳이죠. 한 번은 휴업 중이라서 그냥 왔고, 한 번은 갔더니 계절메뉴라서 못 먹고 왔어요. 그래요. 두 번 다 찾아갔는데, 두 번 다 못 먹고 왔죠. 어제 방문해서 메뉴판을 봤는데, 산딸기라떼가 없더군요. 당황했지만, 고민하는 척 말차슈페너를 포장 주문했어요. 그리고 나가면서 용기 내 물었죠. "혹시 산딸기라떼는 계절 메뉴인가요?" 하고 말이죠. 직원과 사장님이 살짝 웃으시며 "네. 계절 메뉴예요. 추울 때만 만들어요." 하고 답변해 주시더라고요. "작년에 먹었는데 생각나서 왔거든요. 알겠습니다."하고 문 닫고 나왔죠.(사실 작년 늦여름-초가을 때 먹었는데....) 그런데 문이 열리더니 직원분께서 튀긴 건빵을 선물로 주시더라구요. 튀긴 건빵을 받아오면서 마음이 참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자신들이 만든 메뉴를 기억해주고 온 손님과, 그 손님이 고마워서 작게나마 뭔가라도 주려던 부부의 그 마음이요. 물론 말차 슈페너도 무척 맛있었답니다. 말차 크림이 꾸덕꾸덕하고 진해서 제2번째 픽 메뉴가 될 것 같아요. 1번은 산딸기라떼. 2번은 말차슈페너.
인테리어만 좋게 꾸미고 비싼 값에 맛은 그렇지 못한 카페가 많은데, 이 카페는 본인들이 정말 해보고 싶어서 운영하는 카페라는 느낌이 확 와닿더라고요. 손님들은요, 맛을 보면 다 알아요. 단순히 맛있다, 맛없다를 넘어서서 주인이 신경을 썼다 안 썼다가 알아채죠. 흔히 디테일이라고 하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신경 쓰면, '아, 이 사람들이 신경 써서 만들고 있구나.'하고 느낌을 받죠. 선남선녀의 부부가 자신들이 꿈꿔오던 카페를 열어서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참 훈훈한 느낌이 들어요. 응원해주고 싶다고 할까.
곁다리 이야기지만,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음식점들, 자영업이 있죠. 그중에는 부부가 함께 하는 곳도 많아요. 하지만 가보면 부부 사이가 좋아 보이진 않아요. 두 분 중 한 분은 늘 화가 나있는 표정이죠. 장사가 많이 고되고, 돈벌이는 많지 않다 보니 서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상황이죠. 부부가 한다고 하지만, 한 분이 주로 하고, 한 분은 하는 둥 마는 둥이죠. 그래서인지 부부가 운영하는 음식점들을 가보면 한쪽이 무관심하거나, 한쪽이 화가 나있거나, 그런 경우가 자주 보여요. 아니면 두 분 다 지쳐 있거나. 여유가 없어 보이죠.
그래서였나 봐요.
응원해주고 싶다는 느낌이 든 것이.
집에서 차로 30분은 가야 하는 거리라서 자주는 못 가지만, 시간 날 때마다 자주 방문하려고 해요. 작업할 것들을 잔뜩 싸들고 가서 일정 시간마다 음료 하나씩 추가 주문하면서 작업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네요.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또 편지 할게요!
오늘의 추천 곡 : shi jin - melody of the night.
p.s
어쩌다보니 오늘은 카페 소개만 잔뜩 한 편지가 되고 말았네요.
요근래에 날씨가 무척 좋아요. 이런 날은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뉴에이지 곡을 들으며 광합성하기에 좋은 날이죠. 이렇게 한가로이 뉴에이지 곡을 들을 때마다 어릴 때 배우다 만 피아노가 생각나요. '아, 그 때 억지로라도 계속 배워둘 걸.'하고 말이죠. 아쉽네요.
p.s 2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힘든 일인 것임을 알지만, 저도 저렇게 서로 알콩달콩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저는 언제쯤에나 나만의 카페를 만들 수 있을까요. 오랜만에 <도쿄, 그 카페 좋더라.>책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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