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영화

이웃사람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8. 1. 15:44

이웃사람
감독 : 김휘
장르 : 스릴러
개봉일 : 2012. 8. 22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킬링타임용 영화다. 막상 킬링타임용 영화라고 쓰고 보니, 세상사 복잡한데 영화까지도 상업성/예술성으로 나누듯 킬링타임용/연구용 이런 식으로 나눠야 하나 싶다. 보고 싶으면 보고, 보기 싫으면 안 보는 것이지. 오락이든, 게임이든, 독서든 그 무엇이든 간에, 일과 관련된 시간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시간 이외에 모든 활동들은 비합리적으로 시간 보내기(킬링타임)다. 여튼 영화를 보았으니 리뷰를 남겨야겠지.

범인이 뻔히 드러나고 시작하는 영화임에도 재밌다. 범인과 범인을 의심하는 듯한 주민들의 그 시선들이 영화 내내 긴장감을 불어넣어 준다. 말 그대로 스릴만을 즐기는 영화다. 분명히 심증 99%인데,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터질듯 말듯한 아슬아슬함이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것은 외면의 대가였다. 살면서 그런 경우가 종종, 자주 있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데, 괜시리 나섰다가는 내가 귀찮아질까봐 눈을 감는 경우 말이다. 길 한가운데 똥을 싸놨는데, 똥냄새에 다들 얼굴만 찌뿌리며 지나갈 뿐, 누구도 치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차피 지나가는 길, 잠깐 참으면 그만이니까. 똥을 치우려면 손수 집게와 비닐봉지를 갖고 와서 치워야 하니까. 번거로우니까. 직접적으로 나설 정도로 피해 입는 것은 아니니까. 굳이 나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데, 내가 왜? 남들도 안 나서는데?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영화 제목대로 이웃사람인. 그래서 살인범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면서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처럼 반응할 뿐이다. 과연 현실에서 의심이 간다고 다짜고짜 신고부터 하는 사람이 있을까. 뭐 행동력이 끝내주게 좋은 사람들이 있긴 하다. 그 사람들도 그 행동력 때문에 여러번 귀찮은 일을 겪으면서 서서히 변해간다. 아마 나이를 먹고 사회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점차 행동력을 잃어가는 것 같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는 속담처럼 대한민국 사회가 사람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악은 늘 부지런하다.


스릴러 좋아하시는 분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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