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떠오르는

살아있는 자들은 모두 죄인일지니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8. 28. 01:24

최근에 서울대에 나타난 '안녕하십니까' 라는 대자보를 보았는데, 감명 깊었다.
그 대자보에 쓰인 선택적 정의라는 단어는 나를 성찰하게 만든다.

우린 정의와 선(善:good)을 혼용해서 쓴다.
정의라는 단어를 쓸 때, 바를 정, 뜻 의를 쓰듯이 정의는 공정한, 바르게 세운 뜻이라는 걸 의미한다. 그럼에도 공정함이나 바름에 해당 하는 잣대는 변화하거나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의는 선이 아니며 정의의 반대말 역시 악이 아니다. 정의의 반대는 또 다른 정의다.
우린 이것을 명심해야만 한다.

우린 뜻하지 않거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무저항하기도 하고, 또는 의도적으로 침묵하기도 한다. 우린 선택적으로 정의를 표할 뿐이고, 또한 인지능력상의 한계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로 선택적 정의만을 위치는 것을 당연시해선 안된다.
우린 이걸 잊지 말아야 한다.

태어났기에 우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것엔 선도, 악도, 어떠한 의미도 없다. 오로지 인생과 그 인생을 살아가고, 결정짓는 나 자신만이 있을뿐이다. 그러나 우린 공동체 속에서 나고 공동체 속에서 인간으로 만들어지며 공동체 속에서 삶을 마무리한다.

그런 이유로 우리의 삶이 제 아무리 개인일지라도, 결국 그 근원은 공동체와 닿아있다. 그렇기에 우린 공동체를 향한 더 넓은 시야, 더 깊은 생각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끝없이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그리 살아가야만 한다.


우리 모두 자신을 가지고 살아가자. 살아있는 자들은 모두 죄인일지니.
다자이 오사무의 말이 떠오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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