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네요.
날씨가 쌀쌀해지는 밤이 올 때면 당신을 그리워하곤 합니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말을 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흔들리지 않는 그런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내 능력은 너무나도 미진해서 당신의 선택이 늘 현실을 마주하게 만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좀 더 무리해서라도, 또 그럴 능력이 있었더라면, 저는 기꺼이 그 선택을 했을 겁니다.
그러나 전 무능력 했고 포기라는 쉽고 빠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렇게 내버려둔 당신은 늘 마음 속에 숨어있다 나타납니다. 포기는 나에게 열병을 남겼고 당신의 그리움은 열꽃처럼 피어오르다 저뭅니다. 그럴 때면 저는 약을 먹듯이 당신 생각을 삼키며 글을 씁니다. 분명 언젠가는 약을 먹지 않아도 될 날이 올 것입니다.
그 훗날이 당신이 될 지, 또 다른 인연일지 모르겠으나 기왕이면 당신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과거의 제 이력서를 찾아봤습니다.
제가 이루었던 것들과 노력했던 것들, 그리고 지나쳐 온 시간들을요.
생각보다 더 형편없었습니다. 수 차례의 다짐이 무색해졌고, 수많은 세월을 내다 버렸습니다.
그 잃어버린 세월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잃어버린 그 세월들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을 되찾는다는 것은 과거에 이루지 못했던 것을 추억하거나, 관계를 복구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는 지나간 것으로 이미 끝나버렸고, 누구도 다시는 손댈 수 없습니다. 만약 제가 훗날 당신을 만나더라도, 그건 새로운 인연일뿐 과거의 연장선이 될 순 없습니다. 과거에 제가 당신의 열꽃을 목표로 삼았던 것처럼, 다시 한번 열꽃을 목표 삼고자 했으나, 그것은 또 다른 목표일 뿐이며, 미련이었습니다.
이제 전 내려놓습니다.
당신도, 열꽃도, 추억도. 그 모든 것들을.
비교로 허비하던 자존감, 과거의 영광들, 미련의 추억들, 쓸데없는 고민들과 찾을 수 없는 의미와 가치들, 불평과 불만, 미래의 막연한 걱정들, 도망과 회피 그리고 게으름과 안일함끼지 그 모든 것들을 여기에 비웁니다. 싹 비워내고 이제부터 좀 더 농밀한 자신을 채우고자 합니다.
속이 꽉 찬 나를 만드는 것.
그것이 잃어버린 세월을 되찾는 길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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