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떠오르는

녹아내리는 계절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7. 25. 13:00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계절.

퍼붓는 뙤약볕 아래 피어오르는 열기는 모든 것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환각마저 일으킬듯한 강렬한 빛과 찌르는 듯한 풀벌레 소리는 세상을 백일몽으로 초대한다. 모든 것의 경계가 희미하게 무너져 내린다. 너와의 기억처럼.

너의 모습도. 너와의 추억도.
열기와 함께 그 모든 것들이 뒤섞여 내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더운 날 걷기 싫어하듯, 더운 날 걷는 것을 싫어하던 너. 그러나 너와 난 그 흔한 카페도 자주 가 보지 않았던 것 같다. 대신 너와 난 좁고 더운 방에서 꾸역꾸역 한여름을 종종 보냈다. 그리곤 이따끔씩 밤거릴 거닐며, 해가 저문 뒤 밤바람이 뒤섞인 도시의 열대야를, 그 오묘한 열기를 만끽하곤 했다.

넌 여전히 더운 낮 거리를 싫어할 테지만, 기회가 된다면 너와 함께 이 낮의 열기를, 백일몽이 된 세상을 함께 걸어보고 싶다. 그리고선 시원한 카페에 앉아 날씨를 이야기 하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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