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노동소득만으로 5억 적자, 컨베이어 벨트가 되어버린 우리 세대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12. 9. 23:19

오늘 뉴스기사를 보고 든 생각 2가지.

1. 우리의 인생은 부모와 자식간에 빚으로 이어진 무한한 컨베이어 벨트와도 같다.
2. 대한민국 자본주의가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뉴스 기사를 하나 봤다.
왜 헬조선인가 했더니..평생 일해도 '5억 적자' 라는 기사였다. 원래부터 뉴스 기사는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과장해서 말하는 버릇이 있고, 그것들에 대해 통계를 가져와서 꾸며대는 것이 일이지만서도 아무래도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이 기사에서 말하는 것은 이전소득이나 자산소득을 제외한 노동소득만을 따진 지출과 수입의 비교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라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많은 이들은 노동소득으로 여러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이 통계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것은 자본주의의 고착화다.
이것은 노동으로 인한 소득보다 자본으로 인한 소득이 더 커지고 있다는 소리이며, 그것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중되어 간다는 소리이고, 이제 순수한 노력이 능력으로 바뀌어 '돈'을 벌어들이던 시대, 즉 계급 이동이 활발했던, 희망이 피어오르던 시기가 저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찍부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확립된 국가에서는 모든 계급들이 평등하다 생각되지만, 그건 정치적으로 1인 1표라는 의미에서 평등하다는 소리일 뿐이지, 실질적으로 가진 자산에 의한 계급은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계급들은 '노력에 의한 성공'의 신화에 의해 교묘히 가려지고 있다. '봐! 성공한 CEO들을! 저들은 미친듯이 노력했고, 그 결과 성공했어! 그러니 너도 노력하면 될 수 있어. 성공에 대한 문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있어!'라고 말한다.

어찌됐든 간에 이러한 자산에 의한 계급들은 눈에 보일정도로 명백하게 나뉘어져 있다.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만의 네트워크와 그들만의 문화를 향유하며, 이러한 집단에 들기 위해선 그만큼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계급은 대체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를 따라가게 된다.

그것이 바로 노동소득보다 자본에 의한 소득이 더 크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결과는 결국 경제 성장이 한계에 봉착하게 됨을 의미한다.

여튼 간에 대한민국이 신문기사에 의하면 노동소득으로만 5억 적자다. 그런데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기존의 부모님 자산소득과 이전소득 등으로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부모님들이 악착같이 일해서 일구어 놓은 부동산과 땅 등이 그 증거다. 그리고 요즘 부모님 세대의 주요 관심사는 이러한 부동산과 땅을 어떻게 하면 그대로 잘 물려줄 수 있을까다. 이러한 바탕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서든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들어가거나 전문직을 하거나 해서 돈을 모아서 집을 장만-자산을 형성하려고 한다.

결국 상당한 상위 직업에 해당하는 직장을 갖지 못하거나 전문직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부모님의 지원이 없는 한 자산을 형성할 기회조차 없게 되는 것이고, 이것은 현 20~30대의 상당수가 그렇다. 직업의 구성상 수 많은 20 ~ 30대들이 본인의 노오력만으로 자산을 형성하기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부모님의 자산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노동해서 나도 부자가 될거야!'라는 희망찬 시대가 아니라, 내 능력과는 별개가 되어버린 외부요인들 - 부모님의 자산, 우연한 기회로 얻게된 투자 등에 의해 내 인생이 결정되어져 버리는 절망과 우울함의 시대가 오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의 시대가 저물고 나면, 우리 자식 세대들은 정말로 계급이동이 사라질 것이다. (고인물은 썩어가기 마련이라지만, 자본주의의 승리라는 신화는 결코 무너지지 않고 영원할 것이다.)

현 20~30들은 은연중에 그걸 알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한다.
혼하는 순간 막대한 투자비용이 발생하고, 그건 내 삶의 질이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 그리고 그 투자비용에 따른 고통을 감내한다고 할지라도 내 자식은 나보다 신분상승할 확률이 거의 도박처럼 되어버린 것 때문이다. 당장 나부터도 내 능력과는 별개의 외부요인에 의해 인생이 결정되고 있는데 말이다.

노동소득만으로는 적자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 부모와 자식은 자산을 물려주는 것으로 근근이 세대를 이어가게 되는, 무한한 컨베이어 벨트가 완성된 것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이륙해놓은 자산을 내가 물려받고, 그 자산과 나의 노동소득을 다시 내 자식 세대에게 물려주고, 내 자식은 또 다시 그 자식에게 물려주는 그런 세대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컨베이어 벨트에서 부품하나가 어긋나면 컨베이어 벨트가 작동을 멈추듯이 물려준 자식이 파락호거나 불량품(?)이어서 자산을 날려먹으면 컨베이어 벨트가 끊기게 된다.

우리는 무한한 컨베이커 벨트 세대로 살아가게 되었다.
무한하게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선 한치의 실수도 용납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정말 우리의 인생이 고통받는 헬조선이 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