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겨울을 좋아했다.
눈을 좋아했고, 눈 내리는 풍경을 좋아했고, 그 풍경을 걷는 소리가 좋았다.
겨울은 가진 자에게는 낭만이지만, 없는 자들에게는 가혹한 계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겨울을 좋아했던 이유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기 때문일 게다.
내가 눈을 치우다 죽을 뻔한 사고를 당했을 때도 난 여전히 겨울이 좋았다.
지금도 여전히 겨울을 좋아한다.
눈 내리던 새벽을 같이 걷던 것이 좋았고 그녀의 빨개진 볼과 함께 입김이 새어나오던 모습이 좋았다.
그 때의 감각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내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만큼은 마치 근거처럼 남아있는 것이다.
여름이 다가왔다.
난 분명히 여름을 싫어했었다.
더워서 싫었고, 체력적으로 힘들어져서 싫었고, 습하고 더운 기운이 싫었다.
바다를 즐기는 자에게 여름은 즐거운 계절이지만, 아스팔트 문명의 이들에게는 인고의 계절일 뿐이다.
수영할 줄 모르는 난 산 속 계곡에서 발이나 담그는 것을 좋아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산과 계곡을 좋아한 것이지, 여름을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여름도 좋아한다.
숨막힐 듯한 열기가 한때의 사랑을 증명해주는 것 같아 좋았고, 열대야 속에 열을 식히듯 함께한 산보가 좋았다. 시원하게 내리는 빗소리를 함께 듣는 것이 좋았고, 그 빗소리를 어디선가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이제 난 모든 계절에서 내가 좋아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게 됐다.
마치 좋아하는 감정에 그럴듯한 근거를 붙이듯, 1가지 이상의 이유가 생겼다.
.....눈부신 태양은 생의 감각을 느껴보라는 듯이 자꾸만 나를 밖으로 내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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