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of War(2005)
감독 :앤드류 니콜
장르 : 범죄 외
개봉일 : 2005. 11. 18
도입 부분 연출이 매우 인상적인 영화였다.
이 영화는 유리 오로프(니콜라스 케이지)가 전쟁터 한가운데서 '현재 전 세계에 5억 5천만정의 무기가 유통되고 있어. 12명 중 1명이 무기를 소지하고 있지. 그렇다면 나머지 11명은 어떻게 무장시키지?' 하고 질문을 던지며 시작된다. 그리곤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총알이 공장에서 생산되어 무기 구매자에게까지 옮겨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무기 판매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는 도입부다. 총알 제작에서부터 구매자까지 옮겨지는 과정이라니. 전쟁에 관한 영화지만 전쟁과 액션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다.
이 영화는 흥미로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부엌칼로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가 등장한다면, 부엌칼을 판매한 사람은 죄가 있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슨 개소리를 하냐며, 살인한 사람이 문제지, 칼을 판매한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 어떤 도구를 이용해서 불법적인 일을 저질렀을 때, 우린 그 도구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비판하지, 도구를 탓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유리 오로프는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무장하고 있다. 그는 '내 총이 사람을 죽이는데 쓰이지만 총구를 겨누는 것은 내가 아니야. 난 총을 판매하는 사람이지만 내 총이 불발이 되길 원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사람들은 담배도 팔고, 술도 팔고, 차도 판매하지. 그리고 그것들은 내가 총을 판매해서 죽게 되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을 해마다 죽이고 있어. 난 단지 도구를 판매하는 것뿐이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린 이런 경우를 또 하나 알고 있다. 과학에서 가치 중립적이라는 말이다. 과학은 그저 탐구하고 연구를 할 뿐,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인간에 달렸다는 말이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를 믿고 있다. 아무렴 앞서 말한 부엌칼 살인마부터 그렇다. 그렇다면 무기 판매상인 유리 오로프는 과연 문제가 없는 인간일까? 물론 서류 위조, 뇌물수수, 각종 편법들을 차치하고서 말이다. 어떻게 보면 총 역시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사고파는 상품에 불과하지 않은가? 어떤 도구든 간에 그것은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 아닌가?
하지만 여기서 반박할 수 있는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도구의 목적성이다.
부엌칼은 음식을 다듬거나 조리하기 위한 도구로 만들어졌다. 쇠파이프는 공사장에서 쓰이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도끼 역시 나무를 물리적으로 쪼개기 위해 만들어졌다. 술, 담배 역시 사람들의 기호품으로 만들어졌으며, 자동차 또한 이동수단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총은 순수하게 살상을 위해 만들어졌다. 총이 살상 이외에 어떤 식으로 쓰일 수 있단 말인가. 어떤 이들은 사냥하기 위해서, 혹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 경계선이 애매하긴 하지만, 과연 이 영화에서 판매되는 AK-47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로서 적절할까? 오히려 상대방을 침략하기 위한 도구로 적당해 보일 뿐이다. 만약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라고 한다면, AK-47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핵폭탄, 수소폭탄 역시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의 끝은 군비 확장 경쟁으로 이어져 공멸을 앞당길 가능성이 키울 테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총을 사고 파는 것을 합법화할 수 없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그것은 마약과 비슷하다. 도구가 문제가 아니라 도구를 이용하는 사람이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도구들이 사회적으로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면 임의적인 합의를 통해 금지할 수 있지 않을까. 미성년자에게 술과 담배를 팔지 않는 것은 그들에게 상당한 해를 주기 때문이고, 마약 역시 사람을 파멸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모든 도구들은 양면성이 있고, 그 양면성을 어찌 이용할지는 이용자에게 달렸지만, 대체적으로 어떤 가능성을 띄느냐, 비용 대비 편익을 따지면 어느 쪽이 낫느냐, 해서 법적으로 임의로 제재할 뿐이다. 그 법은 사람들이 합의한다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난 도구를 판매할 뿐이에요.' 라고 하는 말이 논리적으로는 맞긴 한데, 그렇다고 이를 수긍하게 된다면 일종의 소시오패스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굳이 말하자면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지 않을까. 니가 이 총으로 독재를 하든, 누군가를 쏴 죽이든, 내전을 벌이든 다 알겠는데, 어찌됐든 그건 니가 결정할 영역이고, 난 그저 판매만 하면 된다는 마인드. 무기가 없었으면 조금이라도 전쟁이 줄었을 것이고, 조금이라도 고통받는 이들이 줄지 않았을까. 이런 마인드라면 이 세상의 수 많은 사회적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못할 것이고, 인간은 끝내 공멸할 것이다. 씁쓸하지만 지구 온난화만 봐도 현재 공멸의 길로 가고 있는 듯하다.
이 영화는 결국 체포된 유리 오로프가 당당하게 풀려나면서 끝이 난다.
그는 자신을 잡아넣은 인터폴 요원에게 '이제 나는 곧 풀려나. 내가 유죄라도 어쩔 수 없어. 실제 악당들이 내 단골이야. 세계 최고의 무기 딜러는 미국 대통령이야. 그는 내가 1년동안 판매할 양을 하루만에 해치우지. 대통령이 관리한 무기를 판매할 땐 황송하지. 그러나 대통령도 나 같은 프리랜서가 필요한 법이야.'하고 말하며 밖을 나선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영화는 엔딩 크레딧에 뼈 때리는 말을 하나 남긴다.
<세계 최대 무기 공급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다. 그리고 이들 나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이기도 하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면서 의외로 사회비판적인 영화다.
킬링 타임용으로 추천드릴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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