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외교는 각국의 이득을 위한 장이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그 뿐이다.
현 북미회담은 상징적이 의미가 분명히 있고, 북한과 미국(트럼프 정부)는 나름 챙길 것은 챙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가시적인 성과(미국과 대등한 협상, 지위, 체제보장, 한미연합훈련중단 등)를 통한 김정은의 능력과시와 함께 강경파들을 달랠 명분을 얻었다. 미국(트럼프정부)은 ICBM 시험발사대 폐기와 6.25 전사자 유골 송환 등의 중간선거를 위한 보수의 집결표를 얻었다.
반면 한국은 실질적으로 얻은 것이 있는가? 라는 물음에는 일단 겉보기에는 '없다'는게 맞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표면상으로는 분명히 그렇지만, 실무 접촉이나 물 밑 정보는 어떨지 알 수 없다. 외교상, 군사기밀상 숨겨야 할 정보들은 넘쳐난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아쉬울 것이 없는 입장이고, 북한은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핵을 폐기할 명분이 필요하다. 내부가 불안한 상황에서 김정은이 과연 김일성, 김정일 체제에서 추구하던 핵을 갑작스럽게 폐기할 수 있겠는가? 미국에 굴복했다고 여겨질 것이고 김정은의 지위는 위태로워질 수 밖에 없다. 결국 미국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북한과 미국은 영원한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적절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에 미국이 이번에는 한발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연합훈련 중단도 어차피 얼마든지 뒤짚어서 다시 재개할 수 있다. 단지 '대화 국면'에서만 중단한다고 했을 뿐이다. 훈련이 잠시 중단됐다고, 군인들의 전투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이정도 서비스를 해주더라도 혹여 벌어질 전쟁의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솔직히 미군이 주둔해야 할 이유는 중국과 러시아 때문이다. 남한과 북한이 싸우면 남한이 질 것 같은가? 잃을 게 많아서, 아쉬운 쪽이 남한이라 그렇지, 체급상으로 이미 결과는 나와 있다.
제재는 계속 유지될 테니, 이번 '양보'에 상응하는 만큼 북한의 화답을 기대한다고 트럼프는 못박았다. 이 말은, 북한이 적절한 화답을 하지 않는다면, 전과는 다른 확실한 대가가 있을 것이란 말과도 같다. 미국 입장에서는 립 서비스정도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 것이고, 북한은 그걸로 명분을 잡을 수 있으니 좋다. 일단 트럼프가 적절한 먹이를 던져줬고, 공은 김정은에게로 넘어갔을 뿐이다. 단지 그정도 뿐이다.
외교는 오랜 시간과 수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특히나, 이번 회담에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온갖 나라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터라 더욱 복잡하다. 2차 회담, 3차 회담, 그리고 최종 결과가 어떨지는 좀 더 두고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영원한 적도, 동맹도 없다.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언제든지 미국도 떠날 수 있다.
그렇기에 자주국방이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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