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신문에서 혐오 관련된 기사를 연재하는 모양이다.
강자 아닌 약자를 향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이 기사는 생각보다 잘 썼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어째서 여혐이 일어나는지' 원인에 대해 되짚어가고 있다. 경제적 불황으로 인한 불안정한 분노가 약자를 향한 혐오로 변질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과거의 역사적인 사건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여 고통의 원인을 거대한 구조보다 눈 앞에 있는 구체적 대상을 탓하는게 쉽기 때문이라 말하고 있다. 논리정연하게 되짚어 흐름을 되짚어 보기에 설득도 잘 되는 기사다. 다만 마지막 문단의 '구조맹, 공감맹을 넘어서' 라는 부분은 조금 아쉽다. 어째서 '진보' 신문이 욕을 먹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그들은 외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연대하고,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매우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들은 또 이렇게 말한다. '침묵'과 '방관' 역시도 동조자일뿐이라 말한다.
그러한 말이 대중들을 좆같게 만든다는 것을 잘 아는가?
대중들은 타인에 대해 무관심하고, '잘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이러이러한 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 역시도 사람이기 때문에,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공감을 하고, 관심을 보낸다. 그런데 다짜고짜, "너희도 똑같아! 개새끼들이야!" 라고 말해봐라. 어느 누가 "아, 그래, 우리가 개새끼였구나. 너희 도와줄게!" 라고 말하겠는가? 대중들은 성인군자가 아니다. 왼쪽 뺨을 맞으면 분노하는 그냥 사람들이다.
연대해야 해! 라고 말하면서, 자꾸만 방관자, 동조자를 '혐오를 견고하게 만드는 개새끼들'이라고 말하는데, 누가 연대 해 주고 싶겠나? 진보 신문사부터가 본인들은 약자를 위한 '선한 자'이고, 우리에 반대되는 자들, 동조하지 않는 자들 모두 '악한 자'로 규정하고 자빠졌는데, '절대 선'과 '절대 악' 두 가지로 바라보는데, 누가 거기에 동조해주고, 연대해주겠나. 또한, 필자가 살아보니 느낀 것은 약자라고 해서 선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약자를 핑계삼아 악독한 사람도 많고, 오히려 유복하게 살아서 마음 씀씀이에 여유가 있고, 잘난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예전에 필자가 신중하기 때문에 좀 더 확실히 주장하기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때, 운동권에 있던 한 친구가 그렇게 말하더라. "그건 신중한게 아니라, 비겁한거야."라고.... 필자는 이 말에 큰 상처를 받았고, 이 말은 가슴에 두고두고 남았다. 나 역시도, 내가 비겁했다고 생각했으니 상처를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필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었으면 기분 나빠하며, 싸웠을지도 모른다.
혐오의 고리를 끊고 싶으면, 방관자를 향해 돌을 던지는 것부터 멈춰라.
혐오를 미러링한다는 핑계로 다른 이들을 혐오하는 것은 운동이 아니라 알아봐달라고 아이처럼 땡깡부리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대화와 토론으로 그 지난한 설득을 거치는 것이 운동이다. 뭐, 이렇게 말하면 그들은 이렇게 주장할 것이다. '그 오랜 시간동안 그랬는데, 관심 안 가지더라. 땡깡부리니까, 그제서야 관심 가져주더라.' 라고. 그들의 예상된 답변에 유감을 표한다. 확실히 미러링이 관심환기는 잘 시켰다. 이러한 것이 지난 세월 무관심의 일부 대가라 생각한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대중들은 성인군자가 아니다. 관심환기를 시켰으면 다시금 돌아와야지. 언제까지고 땡깡만 부릴텐가. 그 끝에 남은 것은 연대가 아니라, 성별분열뿐이었다.
ps. 신문기사를 그만봐야 하는데, 자꾸 기사를 본다.
요즘 신문기사가 '신속성', '자극성'에 치중되다 보니, 옛날과 달리 질적인 면에서 떨어진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취재, 확인여부도 부실하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오보로 인한 정정은 죽어도 안 한다. 요즘 신문기사가 기사같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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