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프랜차이즈 공화국 : 자영업 지옥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8. 3. 16:50

자영업의 핵심은 가성비다.
적절한 가격과 가격에 맞는 품질.

가성비를 올리는 방법은 2가지다.
1. 가격을 낮추거나
2. 품질을 높이거나

그런데 개인 자영업자들은 품질에서 승부보기 어렵다. 프랜차이즈가 발달한 한국은 음식이 상당히 상향 평준화 되었기 때문이다. 상권분석, 맛과 서비스, 노동강도와 조리시간, 회전율까지도 고려한 전문가들의 비법으로 인해 품질이 상당히 상향 평준화 되었다.

고로 승부를 걸려면 가격을 낮춰야 한다. 그러나 음식 재료를 줄일 순 없으니 마진을 줄이는 대신 박리다매식으로 가거나 본인이 직접 조리를 하는 과정을 늘려서 비용을 낮춰야만 한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식당은 메인 음식부터 재료 하나하나, 소스까지도 다 납품받아서 판매한다. 극단적으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에서 하는 것이 뭐가 있는가. 닭 손질도 안해, 소스도 직접 안 만들어, 하는 것은 튀기고 포장하는 것 뿐이다. 그러니 마진율이 낮을 수 밖에 없다. 대신 품질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 그러니 발골도 직접하고 소스도 직접 만들면 가격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 몸이 혹사되겠지만. 혹은 영업시간을 늘리거나 프랜차이즈 영업 시간을 피해서, 가격은 더 싸게, 양은 더 많게 해야 한다.

아니면 두 번째로 품질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나만의 요리비법, 요리 소스를 개발하지 않는 이상 어려운 일이다. 자영업자 중에 자신의 요리에 대해 연구하는 이가 얼마나 될 것이며, 요리 연구에 필요한 지식들은 익혀본 이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고로 가장 단순한 방법은 자영업자 개인의 노동력을 갈아넣는 것이다. 육질을 다져 부드럽게 한다거나 새로운 재료를 첨가한다거나 육수를 오랫동안 끓여 맛을 응축시킨다거나 이런 식으로 노동을 갈아넣지 않고선 근소하게라도 맛의 우위를 점할 수가 없다. 하다 못해 맛이 비슷하면 가격이라도 좀 더 낮출 여지가 있다.

결국 자영업은 자영업자 본인의 노동력을 갈아넣어야지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회사를 다녔더라면? 같은 임금이어도 더 편할지도 모른다. 최소한 주말에 쉬고 진상들 상대 안 해도 되니까. 그렇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자신의 인건비 대비 수지타산이 안 맞는 것이다. 고생은 뒤지게 하는데 벌이가 같거나 더 적다. 성공하면 돈을 긁어 모은다는데, '성공하면'이다. 저렇게 해도 성공할지 말지 알 수 없다.

자영업자들 - 식당들의 비극은 맛이 최소한 보장된 프랜차이즈와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싫으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들어가면 된다. 문제는 마진이 낮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엔 자신의 인건비로 먹고 사는 자영업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자영업자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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