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늘 해오던 말이지만, 얼마만에 편지를 써본지 모르겠네요.
요즘 들어 날씨가 무척 좋아졌어요. 활동하기 좋은 날씨죠. 몇 번이나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몰라요.
이유는 날씨가 좋아서. 화창한 날씨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생각보다 무척 좋거든요. 그러면 어떤 글이든 써야 할텐데....편지가 제격이더라구요. 가벼운 담소를 나누듯이 가볍게.
사실 소설도 써보고 싶긴 한데, 제가 그쪽으로는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 유명 작가들 보면 부럽더라구요. 자신들이 쓰고 싶은 글도 쓰고, 생계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창작의 고통은 엄청나다던데, 그쪽으로 도전해보지 않은 저로서는 그저 막연하게 부러울 뿐이죠. 쓰고 싶은 것을 썼으나 대중들에게 외면받은 작가들도 많구요.
생계 문제는 늘 우리를 괴롭혀요. 그렇지 않나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과 누군가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 별개죠. 하고 싶은 것과 재능이 별개인 것처럼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는 것. 이것은 그 사람의 마음의 문제에요. 하지만 누군가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은 재능이지요. 재능이 어떻든 그냥 하는 거죠. 왜? 내가 하고 싶으니까. 하지만 이것은 참 어려운 일에요. 우린 생계 문제를 신경써야 하거든요.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늘 대비해야만 하죠. 살아간다는 것은, 죽지 않는 동안은 계속 싸워야 한다는 거죠. 벅차요. 또,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재능 때문에 외면받는 것은 무척이나 고통스럽기도 하구요.
생계 문제가 해결되면 인류는 진정으로 해방될 수 있을까요? 자신의 꿈,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늘 행복할까요?
슬프지만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생계 문제의 해결은 우리가 불행하지 않을 이유를 한 가지 줄여주는 것에 불과하니까요. 행복의 이유는 단 하나인데, 불행의 이유는 많거든요. 생계 문제의 해결은 경제적인 해방에 불과하죠. 우린 재능의 부족, 능력의 부족, 육체적 부족 등을 이유로 또 다시 해방을 갈구하게 될 거예요. 천재가 부러운 것은 다름 아닌, 본인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지적 능력이나 유체적 능력이 된다는 거지요. 능력 부족에서의 해방은 하고자 마음 먹은대로 살아갈 수 있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물론 현실은 여러가지 제약이 있지만요.
여튼 창작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전 부럽더라구요. 그것이 또한 많은 이들에게 선택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편지를 써야겠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데, 일이나 일정 때문에 미루다 보면 저를 건드리던 낮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밤이 그 자릴 지키고 있더라구요. 그러면 글 쓰는 것도 자연스레 묻혀 지지요. 네. 핑계에요.
최근에 제가 좋아했던 웹툰 하나가 완결이 났어요. 아, 좋아하시는 웹툰이 있나요? 전 원래부터 만화책을 좋아했던 사람이라, 웹툰도 상당히 많이 보는 편이에요. 하지만 시간적, 체력적 이유로 웹툰 보는 것을 줄이게 되더라구요. 어지간하면 중도 하차를 하지 않고 한번 본 것은 쭉 보는 스타일인데, 중도 하차 하는 웹툰이 많아졌어요. 시간은 없고, 볼 작품은 많으니까, 자연스레 선별하게 되더라구요. 어쩌면 이게 문제에요. 요즘 작품들의 호흡이 짧아지는 것이요. 빌드 업이라고 하죠. 그 빌드 업 하는 시간을 못 기다리는 거에요. 이것 말고도 봐야 할 게 많으니까요. 그래서 기승전결이 아니라, 처음부터 전전전전-결로 가버리죠. 그렇지 않으면 독자들을 붙잡아 놓을 수 없으니까요. 아니면 기승전결 진행을 하면서 독자들이 떠나지 않도록 스토리와는 별개의 재미를 줘야지요. 말이 길어졌네요.
여튼 최근에 제가 좋아했던 웹툰이 하나 완결 났어요. 한 3/4정도까지 보다가 말았던 작품이었죠. 재미는 있었는데, 왠지 한 번 보면 못 기다릴 것 같아서 적당한 흐름에서 끊고 아껴놨던 작품이었죠. 오랜만에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끝까지 봤어요. 이야기가 결말을 향해 가더니, 결국 미리보기에 마지막화가 있더라구요. 미리보기까지 바로 봤죠. 참 시원 섭섭했어요. 작품이 감정선을 너무 잘 잡아서 여운이 많이 남더라구요. 이 웹툰을 덮으면서 느꼈던 점 중 하나는 아직도 제가 애라는 사실이지요. "넌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런 걸 사니?"라고 어머니께서 저에게 말했던 것처럼 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웹툰에 푹 빠져서 여운을 느끼는지..... 감정에, 작품에, 나이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그래도 특유의 그 세대만의 감성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나이 먹고도 웹툰에 빠지면 주책이라는 소릴 듣는 거죠.
그래서 익명의 편지니까, 여기다가 써보는 거예요.
가만 보면 제가 소장한 만화책들이나 소장한 웹툰들을 보면, 유사하게 겹치는 장르나 특징이 있네요.
그래서 수집품을 보면 수집가의 특징을 알 수 있다고 하나봐요. 이 작품은 단행본을 꼭 사야겠어요. 막상 사놓고 얼마나 들춰 볼 진 모르겠지만 책장 한 켠에 있어야 제 마음이 놓일 것 같네요. 부디 단행본이 완결까지 나왔으면 좋겠네요. 또 편지 할게요.
p.s
오늘의 추천 곡
불꽃심장 - 恨(grudge)
불꽃심장 - 선물(고마워요)
불꽃심장 - 외로워하는 빨간 나비에게
불꽃심장 - 선물(가만히 끌어 안고)
불꽃심장 - 괜찮아(토닥토닥)
어렸을땐 웹툰 내는 게 꿈이었는데, 꿈은 꿈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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