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편지 - 얀데레

어둠속검은고양이 2023. 3. 24. 21:52

얀데레라는 말을 아시나요?

어떤 사람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병적인 집착과 질투로 인해 극단적인 사고나 행위를 하는 이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오래 전 일본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병든' 이라는 뜻을 가진 얀데루와 부끄러워하는 모양의 데레데레가 합쳐진 언어지요. '병들다'라는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얀데레 속성 자체가 정신질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걸 알수 있어요. <미래 일기>라는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이 작품의 여 주인공인 가사이 유노가 주목 받게 되자 유행하게 된 단어지요. 첨언하자면, <미래 일기>는 저도 꽤 재밌게 봤던 작품이랍니다.

하지만 얀데레라는 것도 우리와 멀리 떨어진, 제 3자 입장에서, 작품에서 보니 인기를 끌만한 속성이 되는 것이지, 실제로 보면 굉장한 이질감과 공포감으로 다가올 거에요. 너무도 사랑해서, 상대방을 가둔다거나, 끊임없이 스토킹한다거나, 만나는 사람마다 배제시키거나 다툰다고 생각한다면 굉장히 피곤하죠. 오히려 무서울 거에요. 만화로 보니까, 너무나도 사랑해서 견딜 수가 없는, 그 소름끼칠 정도의 집착들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보이는 거지요.

그래도 어떡해요, 작품을 감상하는 제 3자 입장에선 얀데레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걸요.

오랜만에 편지를 써봅니다.
얼마 전에 제가 좋아하는 웹툰이 하나 완결났다고 했죠? 오래만에 정주행하면서 BGM을 들었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BGM이 있더라구요.

그래요.

그 중 하나가, 가사가 얀데레 같은 느낌이 드는 노래였어요. 이 글을 쓰면서 또 생각하는게 '퐁네프의 연인들'이네요. 저는 그 영화의 리뷰를 쓰면서 '알렉스'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었죠. 그 광기와 집착을요. 저에게 있어서 사랑이라는 것은 희생이고, 감내라고 적었지요. 상대방이 행복할 수 있다면 참을 줄 알아야 하고, 때론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요. 그랬던 제가 또 이 노래는 무척 마음에 들어하는 걸 보니 모순적이다는 생각이 드네요. 웹툰에 과몰입해서 그런 걸까, 노래 가사가 참 와 닿아요. 애절함이 말이지요.

너무나도 사랑하는데, 사랑하는 사람에 비해 나는 너무나도 하잘 것 없어서. 그 사람이 나를 떠나버릴까 봐 불안해서.그래서 그 사람을 망가뜨려서라도 곁에 두고 싶다는 그 욕심이, 그 광기가 이해된다고 해야 할까요. 어쩌면 이건 탐욕이지요. 주제도 모르고(?) 허들이 매우 높은 사랑(?)을 해서 자신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 내리려는 게 말이지요. 사랑하는 마음에는 자격이 없는데, 사랑을 이루려는 현실에는 자격이 있네요. 현실을 생각해보면, 주제도 모르는 사랑을 해서 탐욕의 비극을 시작한 것이지요. 모르겠어요. 그 엄청난 집착이, 그 헌신에 가까울 정도의 맹목적인 사랑이 현실에 흔치 않기에 그것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걸지도요. (그런 집착이나 맹목적인 사랑이 현실적으로 있다면 큰일이지요. 실제로 범죄로 많이 이어지니까요.- 이걸 생각해보면 결코 아름답지 않죠.)

저는 애절함이 묻어나는 노래가 좋더라구요. 그 감정들이 말이지요. 아마 제가 이 BGM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러한 감정들에 몰입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해요. 현실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었던 그런 감정들이요. 물론 이렇게까지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해당 웹툰이 빌드업을 잘해서이기도 해요. 감정이입이 잘 되게끔 상황과 캐릭터를 잘 쌓아올린 것 같아요.이건 분명 작가의 역량이죠. 해당 웹툰의 BGM을 찾아서 듣고 있는데, 캐릭터에 맞춰서 테마를 굉장히 잘 잡은 것 같아요. BGM이 웹툰을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웹툰을 통한 캐릭터의 이해가 BGM을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주죠. 노래를 들으며 캐릭터의 심리를 추측해 나가는 것이 꽤나 즐거웠어요. 듣다 보니 악역이 하나도 없네요. 모든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어서 마음에 들어요.

이 과몰입도 조만간 헤어나오게 될 테지만. 정주행하면서 작품 속 캐릭터에 푹 빠져 본 게 얼마만인지 몰라요.
덕분에 이번 기회에 제 작품 취향도 좀 더 알게 된 것 같아서 좋은 경험이었다 생각해요.

당신은 과몰입할 정도로 푹 빠져본 작품이 있나요?
또 편지 할게요.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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