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게 됐다.
요즘 신문에서 식당, 패스트 푸드, 주유소 등에서 무인화 시스템을 들여놓는다고 말을 많이 한다. 그리고 그 원인의 배후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언급한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 전부터 최저인금을 인상하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은 망한다고 난리를 치던 신문들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비용 상승을 가져와 물가상승과 함께 회사 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말도 수없이 했다.
경영학이나 경제학을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위의 주장들이 다 맞다는 것을 알 것이다.
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인건비다, 기업은 그런 인건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하거나, 인건비를 제품 가격에 포함시킴으로써 이윤을 얻으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수출하는 무역회사 경우, 외국제품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가능성도 다분하다. 제고품이 쌓이면 고용이 축소되고, 이는 소비가 침체로 이어지고, 다시 고용이 축소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은 시장에서 다시 소비자가 된다. 임금 인상은 소비자의 가처분소득을 높여줌으로써, 내수시장과 소비를 활성화하고, 기업과 가계들의 생산을 재촉진하여, 다시 고용으로 이뤄지는 선순환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청와대는 임금이 적어,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지 않으므로, 국내 시장이 침체된 것으로 판단하였으리라고 본다. 사실 그것이 제대로 된 문제인식이기도 했다. 그 당시에 미국(대표적으로 월마트)이나 유럽에서도 최저임금을 높여 소비를 촉진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들이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적극 지지 했던 것만 봐도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청와대와 국민들은 선순환효과를 기대했으리라 본다.
하지만 신문에서 때리고 있는 것을 보면 현실은 악순환에 가까워져가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신문들은 자신들의 광고주인 기업들에게 친철한 신문들이므로 '악순환' 측면을 강조했으라 생각한다. 실제로 일어나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튼, 고용 축소와 무인화 시스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딜레마에 빠져버렸다.
최저임금을 크게 인상시키면 - 고용축소, 비정규직 양산, 물가 상승으로 고통이 가중된다.
최저임금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 가처분소득 축소, 소비 침체, 고용의 질은 악화된다.
과거에도 글을 썼었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엔 최저임금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 전에 정부에서 손을 대야 했던 것은 바로 '문어발식 경영'이다.
대한민국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빼면, 대부분이 자영업이다. (자영업 비율 비정상적으로 높다.)
그 자영업 업종을 보면 다 비슷비슷하다. 치킨, 피자, 분식집, 패스트 푸드, PC방, 편의점, 드러그 스토어 등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치킨, 피자, 패스트 푸드도 '가맹점'으로서 대부분 특정 기업의 계열사에 불과하다. 단지 사장이 현 지역민일 뿐이다. PC방도 가맹점인 곳이 대부분이고, 분식과 핫도그, 음료수 등을 파는 매장형식이 많다. 드러그 스토어는 말할 것도 없다.
잘생각해보자.
드러그 스토어, PC방, 분식집, 편의점.... 파는 품목이 거의 겹친다.
게다가 드러그 스토어, 편의점은 정말 만물잡화점이다. 여기다가 대기업의 대형마트까지.
이 좁아터진 나라에서 자영업이든, 대기업이든 다 비슷비슷한 품목을 가지고 장사를 하고 있다.
온갖 제휴혜택과 포인트를 지급하는 대기업 계열사와 자영업이 경쟁할 수나 있겠는가.
대형 마트에 가보면 특정 회사 제품이 엄청 눈에 띈다.
대부분 유통채널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들의 제품이다. 대기업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제품을 유통하여, 제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한다. 또한 인터넷 매장까지 열고, 택배산업까지 진출하여 이젠 지역까지 배달도 해준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절대로 대기업 계열사와 싸움을 할 수가 없다.
최저임금을 아무리 올려봐야, 최저임금 부담으로 무너지는 것은 영세 자영업자들 뿐이고, 가맹점, 직영점은 기업의 지원으로 충분히 살아남을 것이다. 가맹점, 직염점은 본사 차원에서 비용절감을 위한 무인화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이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문어발식 경영이 좋다.
기업이 생산부터 판매까지 바로 맡아서 하기 때문에 싼 값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다양한 제휴 혜택과 포인트 적립은 덤이다. 결국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 앞에서, 지역 상권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최저임금을 아무리 올려봐야 그 돈은 다시 독과점의 유통기업으로 흘러가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유통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제품가격을 올릴 것이다. 필자가 20년 넘게 살면서, 물가가 떨어진 적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 기억한다. 온갖 이유로, 올라가는 물가지만, 절대 떨어지지 않는 신기한 물가다.
한국 대기업의 계열사가 많은 이유는 '족벌경영'이다.
1세대, 2세대, 3세대로 거치면서 자손들은 많아지고, 그 자손들을 위해 계열사를 하나씩 하나씩 독립시켜 맡기다 보니 문어발처럼 확장되었다. 손을 안대는 품목이 없다.
참으로 모순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경쟁은 당연한 것이다. 자유 경쟁은 품질 향상과 생산 촉진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내고, 그 결과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오며, 전체적으로 편익이 증대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지역 상권의 제품이라 할 지라도, 품질이 좋고, 맛있으면 소비자들은 선택할 것이다. 그에 미치지 못하면 대기업 제품들을 선호할 것이다. 결국 '좋은 아이템'만 살아남는 구조다.
하지만 그 자본주의의 한 축을 우리는 제한해야 할 시점에 왔다.
어처구니 없게도,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지정하고, 대기업에서 사업을 정리하여, 주력 제품에 매진하도록 유도해야만 한다. 그것이 자유경쟁에 위배되는 행위일지라도, 이 시점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은 이제 정체되었다. 수출제품이라면 몰라도, 구태여 경쟁하지 않아도 손쉽게 이길 수 있는 국내시장에서 경쟁을 할 이유가 없다. 계열사 간의 제휴와 서비스로, 압도적인 가격으로 눌러버리면 그만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 중요하다. 노동자는 소비자고, 임금 인상은 선순환을 만들어낼 것이다. 허나, 독과점이 되어버린 시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공염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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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언
자본주의가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인건비'다.
산업 초기에 인건비가 부담이 된 '노동집약적' 기업들은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대량화, 자동화를 통해 기술혁신을 이루어냈고, 그 결과 오히려 제품의 가격이 싸지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더 많은 제품을 더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자동화'에 성공하지 못한 기업들은 대신에 '품질'을 향상시킴으로써 새로운 소비시장을 찾아냈다. 제품의 다양화와 대향화는 소비자 후생 증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현재 자본주의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특히, 한국은 '사람을 쥐어짜서' 가격을 낮춘다. 연구, 품질향상은 뒷전이다. 해고, 야근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량 해고, 무인화 시스템은 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노동자는 곧 소비자이다. 노동자가 죽는다는 것은 소비자가 죽는다는 것과 같다.
자본주의의 원동력인 '이윤극대화'가 '소비자의 후생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고용절벽의 고통으로 다가올 때, 자본주의는 망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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