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총총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3. 30. 05:04

비가 내렸습니다.
날씨는 조금 추워졌구요.

우리는 욕망이라는 것이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임을 잘 압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습니다. 물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기 위해 우리는 늘 하기 싫은 일과 귀찮을 일을 반강제적으로 합니다. 무언가 활동을 한다는 것은 늘 일정한 비용을 소모하기에,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는 한 줌에 불과할 뿐입니다. 시간이 무한대라면 우리는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요. 몇 날 며칠이 걸려도 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질 것이고, 마침내 이룰 수 있을 테니까요. 문명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지만, 혼자라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아, 이야기가 옆으로 샜네요.

욕망은 분명히 행위의 동기가 되지만, 그것은 결핍이라는 점에서 우리를 괴롭게 만듭니다. 세상의 모든 이들은 각자만의 욕망을 꿈꿉니다. 나라면 더 이상 아무것도 바랄게 없어 보이는 이들도 나름대로 그들만의 욕망 때문에 괴로워합니다. 어찌보면 욕망 자체에서 헤어나오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해탈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욕망은 나타났다 사라지고, 사라졌다 나타나길 반복하니 그것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그것이 쉬웠다면 석가모니가 수 천년동안 추앙받는 일은 없었겟지요.

내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조선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사관이 되려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세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은 생각보다 재밌는 일입니다. 모순적이게도 역사를 잘 못하지만요. 이 넓은 지구에 좁쌀만한 사람 하나하나가 갖가지 욕망을 지니고 부딪쳐서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남들이 보기엔 하찮게 보이는 욕망도 있을 것이고, 뭔가 대단해보이는 욕망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각각 다른 욕망을 꿈꾸면서 타인의 욕망을 평가합니다. 욕망은 그 자체로서 존재할 뿐, 그것에 높낮이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욕망이 타인이나 세상과의 관계맺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것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자신들만의 기준점으로서 높고 낮음, 선과 악 등으로 구분되겠지요.

다들 자신의 손톱 밑 가시가 더 아픈거겠지요. 왠지 기분이 조금 쳐지는 느낌입니다. 자신은 이루지 못한 것을 이뤄서 더 이상 걱정없어 보일 것 같던 사람이 좌절하는 모습을 보일 때 느낌을 아시나요. 욕망에 허우적 대는 것이, 저들도 나와 다르지 않구나 하는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느낌이 들면서, 다들 고통 속에 살아가는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을요. 무엇을 더 바라고, 무엇을 더 잃지 않으려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그런 느낌이요. 어떻게 보면 나와 무관하다는 느낌에서 오는 - 그저그런 욕망에 괴로워하는구나 하는 느낌입니다. (해당 욕망을 하찮게 보는 것은 아닙니다.)

연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안도감도 아니구요. 단어를 하나 콕 집어내자면 씁쓸하다라는 단어가 적합할 것 같습니다. 허무함은 아닐 테지요.

.....죽음은 두렵습니다. 죽어가는 것도 두렵구요. 죽음으로 서서히 향하고 있음(나이를 먹어가는)에는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마치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요. 제 모습을 본다면 배부른 소리라 비난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는 것이 힘겹습니다. 산다는 것은 굉장히 피곤하고, 괴로운 일입니다. '인생은 고다'라는 석가모니의 말이 오늘따라 와닿습니다. 하지만 죽음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충분히 두려우니까요,

온실 속의 화초처럼 말라 비틀어진 뿌리가, 그 나약함이 문제라면 문제겠지요. 삶의 무게를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나입니다. 결국 모든 문제는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잘 알지요.

..........미안합니다. 그냥 미안합니다. 누구를 향한 것도, 잘못도 없이 그저 미안합니다.
이런 나라서, 이런 나에게 미안합니다.

비가 내리네요.
날씨는 조금 추워지구요.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