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떠오르는

죽음에 대비하는 자세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8. 9. 22:25

톨스토이의 부활 이라는 소설에 보면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신의 물음에 천사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미리 아는 것'이라는 걸 깨닫는 장면이 있다. 정확히는 죽음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아는 것을 뜻하겠지만, 어느 쪽이든 좋다.

.......우리는 늘 죽음에 대비해야 한다.
언제든지 내가 떠나도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는 늘 내일이 있을것처럼 살아간다. 어제도 해가 떴고, 오늘도 해가 떴으며, 내일도 해가 뜰 거라 여긴다. 그러나 매일 모이를 먹던 닭에게 다가온 손은 모이를 주러 온 손이 아니라 자신의 모가지를 비틀 손이었다는 걸 닭이 몰랐다는 것처럼 우리는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그러니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고도 진부한 말이고, 중요한 것은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관리하던 물건들이나 유무형의 자산들, 하다못해 친구에게 빌려준 돈까지도. 유족들이 내가 빠진 자리를 잘 메꿀 수 있도록.
혹은 집안의 돈벌이를 내가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면 내가 부재시 얼마간 버틸 수 있도록.

살아가다보면 이런저런 세상사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참 돈이 뭔가 싶다. 사후에 남겨진 사람부터 뒷처리, 그리고 그와 얽힌 별의별 돈의 이야기까지. 돈이 뭐라고. 죽으면 아무것도 아닌 돈이지만, 세상사 전부이기도 한 돈.

나이에 상관없이 우린 늘 죽음에 대비해야 한다.
내가 떠나도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빈 자리가 자연스레 메꿔질 수 있게.

'기록보존실 > 떠오르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관계 변화와 그리움  (0) 2021.08.17
이미지란  (0) 2021.08.17
세월이 흘러가는 것  (0) 2021.08.09
변명  (0) 2021.08.03
권력  (0) 2021.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