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2019)
감독 : 토드 필립스
장르 : 스릴러, 드라마
개봉일 : 2019. 10. 2(한국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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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영화로 만들어낸 조커 그 자체.
2019년도에 항상 흥행을 일으켰던 영화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어디까지가 망상이고 어디까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감독이 의도한 바다. 과거에 리뷰를 했던 <판의 미로>처럼 영화를 어느쪽이든 관객들이 믿고 싶은대로 믿어도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완성되도록 만듬으로써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저마다 해석을 가지고 설왕설래하도록 만들었다.
이 영화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이 조커-아서의 망상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해도 되고, 모든 것이 진실(조커의 탄생이 이루어지게 된 계기)이라 여겨도 무방하다. 혹은 부분적 진실과 부분적 망상이 뒤섞여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어느 것으로 해석한들 답은 없으며 사건의 진실은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혼란과 혼돈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를 혼돈의 상징적 인물로 등장시켰듯이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조커 그 자체인 혼란과 혼돈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감독은 영화 자체를 조커화 시켰다.
조커의 기원 <스포주의>
이 영화는 조커의 기원을 다루고 있지만, 그 기원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조커의 기원이 과연 중요한가. 중요하다면 어째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조커에 대해 이해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조커라는 악당을 완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단서를 찾기 위함인가. 아니면 무언가 숨겨진 이면이 있길 바라는 마음인가. 조커가 원래 약자이자 선한 여느 하층민이었는데 비정한 세상에 의해 악당이 되었다고 한다면, 우린 배트맨의 대척점에 있는 조커를 이해하고 응원할 수 있게 되는 것인가. 기원이 어떻든 조커는 이미 매력적인 빌런이다. 그가 배트맨의 이복형제든, 망상병 환자든, 배척받고 소외당하던 인간이든 과거는 중요치 않다. 우린 그저 이 영화를 통해 조커라는 인물의 혼돈과 혼란을 느끼며 조커를 느끼는 것 뿐이다.
과연 조커는 어떤 인물일까.
영화를 조커의 상상이었던 것으로 끝낸다면 이 영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관객들은 조커의 장난-망상에 넘어간 것 뿐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실로 조커의 기원-사실을 다루고 있다면 우린 조커를 좀 더 심도있게 이해하게 된다. 어째서 조커가 배트맨에 집착하는지, 어째서 조커가 혼란과 혼돈을 추구하는지, 어째서 조커가 빌런으로 변해가게 되었는지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건 결코 '심도있는 이해'가 되질 못한다. 그건 정상인으로서 정신병자인 조커를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조커를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와도 같은 것이다. '그는 이러이러해서 빌런이 되었고, 그러니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것이고, 그러니 우리가 이해해줘야 해.'와 같은 생각은 정신병자인 조커를 내려다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우린 어디까지가 망상이고, 현실인지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코 조커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조커는 우릴 향해 '너는 이해하지 못할 거야.'라고 답한다.
조커를 표현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도 일품이지만, 영화 자체를 조커화해서 표현한 영화도 일품이다.
혼돈과 혼란이라는 조커의 기운을 사회적인 문제와 엮어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는 것 또한 재밌다.
다만, 신나는 액션 히어로물을 기대하고 온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이 영화는 조커라는 한 남자에 대해 심도있게 파헤치는 지루한 다큐멘터리와도 같은 작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