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정치적 개인방송의 문제와 해결책 - 시민의식 함양

어둠속검은고양이 2018. 12. 20. 12:49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할까.


과거에 필자는 가짜뉴스 방지법에 대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형식으로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쓴 적이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교육을 통한 정보습득능력, 교차검증능력 강화 및 언론의 정정보도 의무에 대한 강화를 제시했었다. 여전히 그 생각에 대해서는 변함없고, 개인방송에 대한 규제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필자가 다시 이 글을 쓰게 된 까닭은 그러한 개인방송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다.

분명 개인방송은 자유고, 소비자들-청중들은 방송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강매하는 것도 아니고, 얼마든지 구독을 취소할 수 있는 선택권이 청중에게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방송의 문제는 자극성, 폭력성이 아니라 바로 '정치성'에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정치성향을 드러낼 권리가 있고, 집회, 언론, 결사의 자유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정치적 개인방송이 그럴듯한 논리로 선동, 왜곡, 조작을 한다는 것은 분명히 민주주의 사회의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방송이 방송으로 끝나면 그만인데, 해당 방송들은 시민들의 정치적 행사(투표권,집회 등)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정치인의 표와 연결되어 잘못된 법이나 제도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심각한 것이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정치적 행위로서 정치인을 압박하여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에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 역시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만 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많은 소모적 논쟁을 낳는다.(서로의 입장차가 매우매우 다양하므로)

단순히 정치적 대립으로서 패자가 승자에게 승복하는(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것이라면 그나마 낫다. 문제는 정치적 결과로 논쟁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소모적 논쟁을 펼치고, 나아가서 의사소통마저도 하지 않으려는 것이 큰 문제다.


- 이는 인터넷에서 많이 보이는 현상이다.

댓글로 싸우는 양상을 보면 상대방의 의견에 대한 반박이 아니라, '이기기 위해' 억지를 부리거나 땡강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마치 아이들처럼 귀를 닫고 '에베베베~ 안들려 안들려.'하면서 약올리는 것이다. 주먹이라는 물리력(?)이 없으니, 익명성에 기대어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빡치게 만들까?가 목적이 되어 비꼬기, 무시하기 등 모든 전략을 동원해서 정신승리를 하려든다. -


개인방송을 통해 정치적 의견을 나누고 그것이 현실에서 '직접 민주주의'로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분명 인터넷의 장점이 될 수 있으나, 그것들이 끝없이 인터넷에서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댓글 싸움'처럼 이기기 위한 논쟁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점이다. 이것은 대립을 격화시키고, 자신과 입장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사실 정치적 개인방송 자체가 문제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개인방송에서 하는 정치적 의견표출들이 그릇된 정보, 왜곡, 선동으로 이어진다는 이 부분이 중요한 것이다. 이부분은 소비자-청중자들의 몫으로 남겨지게 됐지만, 청중들은 바쁜 현실 속에서 교차검증을 할 여력이 없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글귀 중 하나가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 할 때면 사람들은 이미 선동당해 있다.' 이다. (괴벨스가 한 말이 아니라고 한다.) 매우매우 중요한 글귀다. 특히나 인터넷 정보사회에서는 말이다.


결국 민주주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엄격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말해야 하는 의무는 '개인방송 스트리머'들에게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 많은 개인방송 스트리머는 '아니면 말고', '내 의견 말도 못해? 자유국가 아니야?' 라는 말 따위로 의무를 회피하곤 한다.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뭐, 그렇다 치고, 문제의 핵심 바로 '정치적 개인방송 = 돈'이라는 것이다.

'정치적 개인방송'이 발달된 이유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숭고한 정치적 사명을 띄고? 대부분이 다 개소리다. 그것은 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논리로 대신 까주는 것,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차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대신 표출해주기 때문이다. 바로 '정치적 의견이 돈'이 되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정치'가 곧 '컨텐츠'가 되어버렸다.


과거에는 소수 언론들만이 대중들을 향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고, 그 영향력을 바탕으로 광고비를 벌어들였다. 그렇기에 언론인에게는 엄중한 윤리, 직업의식을 요구했고, 또한 전문적으로 조사-교차검증을 통한 사실만을 보도했다. 정부와 관련기관 역시도 그 엄청난 영향력 때문에 언론을 견제했고, 이것이 상호 견제가 이루어지면서 검증된 정보만이 유통된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양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언론의 영역이 완전 경쟁화되면서 '얼마나 빠르고, 자극적인 가십거리인가?'가 핵심이 되었다. 속칭 '어그로'만 잘 끌면 된다는 것이다. 기레기의 탄생이다.


현재 선동, 왜곡 등을 일삼는, 혹은 도덕성이 결여된 개인 방송 스트리머들은 옛날 같으면 별다른 영향력이 없이 묻히고 말았을 사람들이다. 영향력을 끼칠 인터넷이 없었고, 유일한 언론-미디어는 직업의식, 윤리관, 능력으로 1차 검증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은 미디어를 뛰어 넘은 직접적 소통창구를 만들어버렸고, '검증되지 않은' 스트리머들이 나타나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대(大) 스트리머의 시대를 열게 만든 것은 바로 '광고 수입'이다. 언론에서 벌어들이던 광고수입은 이제 스트리머들에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 자본주의의 꽃은 광고다. 그것에는 도덕성이 없다. 얼마나 많은 고객들에게 전달을 했는가가 핵심이다. 도덕성은 광고하는 모델이나 업주에게나 요구되는 것이지, 광고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핵심은 전달력과 고객수다.


광고전달력을 알 바 아니고, 스트리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관심(고객의 통로)뿐이다.

실제로 정치적 개인방송을 하는 스트리머 중에는 돈을 상당히 버는 이가 많다. 그리고 그들은 수많은 이들을 구독자로 가지고 있어서 나름의 영향력을 지니고, 그 영향력으로 광고수입까지 벌고 있다. 돈 버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설득력이나 이슈를 잡는 능력 등은 본인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돈 때문에 정치적인 정보를 자극적으로 왜곡해버린다는데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 왜곡에 대해서 마땅한 통제수단이 없다.

정보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 여부는 매우 모호한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보의 교차검증에 대한 의무는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청중들에게 전적으로 넘어가버렸고, 바쁜 현대 사회에서는 그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목소리가 큰 사람이 장땡이 되어버렸다.

이것에 대한 해결방안은 뭐냐 묻는다면 앞서 말한 것 밖에 없다.


바로 교육과 정정보도의 강화뿐이다.


교육은 '시민의식 함양'이 주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교육정책은 매번 바뀌고, 그 교육은 오로지 '상류층 획득'의 개선에 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은 교육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교육의 목적은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니라, 내 한 몸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사다리에 불과하다.


아이들이 민주주의 사회의 일원으로서 크기 위해 배워야할 것은 법, 정치, 금융지식, 올바른 정보 판단능력, 추론력, 사고력과 생각하는 힘이지, 국/영/수와 같은 지식쌓기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기 전에 자유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가르치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어느 정권에서든 '수시','정시'에 대한 대학과 연계된 제도를 바꾸는데만 관심있지, 궁극적인 교육개선은 하지 않는다. (정부입장에서는 사실 국민이 똑똑해지길 바라지 않는다.) 진보는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어설프게 아이들에게 적용시키고 (아이들의 인권을 위한 체벌금지, 두발자유화 등...사실 필요한 정책이긴 하다.), 보수는 다스리기 쉽게 통제(교복, 두발 통제 등)하려고만 한다.


- 대한민국은 매우 빠르게 발전한 국가다.

민주주의도 그렇고, 자본주의도 그렇고 각종 사상들이 매우 빠르게 쏟아진 국가다.

왕조국가가 무너진지 이제 1세기가 지났고, 그 중에 절반은 식민지였다.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서양이 수백년을 거쳐서 이룩해온 민주주의와 그와 관련된 행정, 제도, 법을 50년만에 받아들인 것이 대한민국이다. -


자랑스러울 일이 아니다.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는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안착되기란 너무나도 힘들다. 민주주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바탕이 되어야 빛난다.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보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했다. 민주주의가 주어지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주어지는 것인가보다 하고 넘어가기 일쑤였다. 그만큼 다들 힘들었으니까. 이런 역사적인 흐름을 봤을 때, '성숙한 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웠다는 합리화를 해보곤 하지만서도 씁쓸하다.


이렇듯 미처 민주주의가 제대로 안착되기도 전에 인터넷을 받아들였고, 인터넷을 통해 '언론의 자유'가 넘쳐나는 상황에 이르렀다. 민주주의의 최고의 가치는 직접 민주주의인데, 이것을 실현할 수단으로 인터넷을 꼽는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이룩한지 얼마되지도 않는 국가가 벌써 인터넷을 통해 직접 민주주의의 일부를 수행(?)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그건 마치 기초공사가 부실한 채 건물을 짓는 것과 같다.)


너무도 빠르게 발전해서, 국가 제도도 아직 부실하지, 성숙한 시민의식도 확립되지 못했지, 교육도 목표를 잃었지, 그 와중에 IMF사태가 터지고, 지금 20-30대는 연봉이 너무 적어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해야 될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 와중에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인터넷 방송'이 등장한 것이다. 천민자본주의, 배금주의는 덤이다. 정치적인 개인방송으로 정치가 개판되는 말든 내 알바 아니고, 돈만 벌면 장땡인 것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1.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적인 부분은 '정확한 교차검증을 통한 정보전달'과 올바른 판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2. 제도적, 의식적으로 민주주의가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정치적인 개인 방송이 넘쳐난다.

3. 정치적인 개인 방송은 '교차검증에 입각한 사실' 따윈 개나 줘버리고, 선동, 왜곡, 자극적인 문구를 통해 '돈' 모으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4. 문제의 핵심은 해당 방송들이 TV 프로그램처럼 보고 즐기면 끝이 아니라, 끝없는 소모적 논쟁을 낳는다는 것과 나아가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왜곡된 시민의사를 만들어낸다는데 있다.
5. 그럼에도 정치적인 개인방송을 규제할 수가 없다. (자유침해의 여지가 너무나도 크다.)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컨텐츠 생산자-언론의 자유/개인방송을 규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소비자-청중들의 역량을 강화시켜야만 한다. 소비자들의 눈을 까다롭게 만들어서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결정되게 만들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도 오래걸릴 일이다. 오랜 진통이 예상된다.


......교육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면, 결국 민주주의마저도 망가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