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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파, 퍼트리샤 스테인호프 지음/임정은 옮김

어둠속검은고양이 2014. 8. 4. 12:41



적군파

저자
퍼트리샤 스테인호프 지음
출판사
교양인 | 2013-02-04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혁명을 꿈꾼 청년들은 왜 동지들을 잔인하게 살해했을까? 일본 사...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번에 평점을 주는 방식을 바꿨다.
원래 기본 5점에 장점은 +, 단점은 - 식으로 해서 평하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무난무난하면 8점대를 주고 있었다....
따라서 이 책은 7점을 주었지만, 좀 더 엄격해진(?) 방식으로 부여한 것으로 과거 기준으로 보면 9점은 될 듯 싶다...

사실은 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적군파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좀 더 일본 사회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적군파라는 단체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고작 내가 알고 있었던 일본은 고대에서부터 개화기까지의 역사정도 였으며, 이 또한 직접적인 역사서가 아닌, 역사를 다룬 만화나 소설 등을 통해서 언뜻 알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현대 일본인과 일본사회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근대의 일본은 놀라웠다. 대한민국과 비슷하게도 수많은 운동권들이 있었고, 그 운동의 앞에는 학생들이 있었다. 대한민국에서도 학생들이 수많은 피를 흘렸는데, 이 또한 일본도 마찬가지 였다....어떻게 보면 더 과격하리만큼, 사제폭탄을 만들거나 무기고를 털어서 무장투쟁을 전개했으니 말이다. 적군파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내부 폭력의 사회심리학이라고 이 책의 부제에 적혀있듯 적군파에서 중요한 사건을 위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지은 학자는 사회심리학으로서 사건을 하나씩 되짚어가며 잘 분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사건의 주인공들을 인터뷰와 그들이 썼던 평론, 이론, 신상서 등을 바탕으로, 그 당시 일본의 사회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하면서 사건의 전말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의 장점중 하나는 그것이다. 학자로서 꾸준하고 일관된 방식으로 분석한 점, 사건과 관련된 인물과 단체에 대해 분석을 하면서도 언제나 중심은 '사건'....사건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는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바로 떠오른 생각은 그것이었다.
'신념으로 무장된 인간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이성으로만 이루어진 판단은 인간은 잔학하게 만든다.'
적군파...연합적군 숙청사건은 상당했다.
이들은 국가권력에 맞서 사회 혁명을 일으키길 원했고, 그 결과 무장으로 인한 투쟁이 답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따라서 적군파와 혁명좌파는 군사훈련을 위해 겨울에 산으로 들어갔다. 그 훈련을 위한 비용과 무기는 이미 여러 강도 사건으로 마련한 상태였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치달을 수 있었던 것은 단 한가지, 자신들이 행하고자 했던 것이 진정 답이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잘못되었든 어땠든 판단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이들이 그토록 신념에 매달린 것이 멍청하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똑똑했다. 다들 명문대생이었고, 수많은 서적을 탐독하고 공부했으며, 그 지식을 굳게 믿고 행동하기 위해 생각했다. 그들의 목적을 위한 행동을 그들 스스로가 놀랍도록 완전히 이론화하여 수긍시켰다. 물론 그 끝은 파멸로 치달았지만....그들은 그들의 머리로 스스로를 속였다.

그렇게 그들은 아사마 산장에서 천명이 넘는 경찰과 며칠간 대치하기 전까지, 
연합적군 숙청 사건을 일으켰다. 연합적군 숙청 사건은 바로 같이 군사훈련하던 동지들을 굶긴 채, 얼음 송곳으로 찌르거나, 구타, 목을 졸라 잔혹하게 살해한 것이다. 무려 10명이 넘는 그룹멤버가 하나 둘씩 죽어나갔다.....그들은 그들의 목표인 혁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는 '공산주의화' 해야 한다며, '총괄'이라는 말로, 자기비판과 고백, 그리고 그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그 극복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디쯤 도달해야 그들의 목표인 '공산주의화' 되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어떻게 그렇게 인간이 잔악하게 동료들을 살해하게 되었는지 이 책의 지은이는 천천히 분석해 내가며 폭력의 이론정당화로 인해 1. 기준없음 / 2. 브레이크 없음 / 3. 출구 없음 가 문제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1. 기준없음 - 완전한 자기비판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떻게 되어야지 그들이 말하는 완전한 내부로부터의 '공산주의화'가 될 것인가에 대한 평가 기준이 없었다.
2. 브레이크 없음 - 자기비판에 대한 고백과 이를 정화하기 위한 속죄의식, 구타는 평가기준이 없었으로 점점 더 심하게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죽음으로 내몰았다.
3. 출구 없음 - 그들은 극비 군사훈련 중이라, 도망자가 생겨선 안되었다. 그렇기에 완전한 자기비판을 통해 '공산주의화' 되지 않으면 산에서 내려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그들은 산 속에서 동료를 죽여가면서도 도망치지 못하고, 애써 과정의 일부로서 감내해야 할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훗날 이러한 이론정당화를 내세운 '모리'가 잠시 외출한 사이에 제정신을 차리고, 아사마 산장에서 경찰과 대치하여 농성벌이는 것으로 이 사건은 마무리되게 된다.

또한, 본격적으로 연합적군 숙청사건을 분석하기에 앞서 첫 장으로 등장하는
 텔레아비 항공습격 사건(일본인 3명이 팔레스타인을 해방시키라며 공항에서 총기와 수류탄으로 민간인을 죽였다. 눈깜짝할 새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일본인 중 2명은 수류탄으로 자살했으며, 1명만 살아남았다.)다룸으로써 무장투쟁을 하는 이들의 심리를 내부적으로 더 관찰하고자 했다. 이 사건을 일으킨 후 이스라엘 감옥에 투옥된 고죠는 자신의 혁명을 이룩하는데 있어서 민간인들은 어쩔 수 없이 희생된 것 뿐이며, 또한 근처 군사작전지역이 있었으니 이들이 여행 온 것도 어느 정도 그것을 각오하고 온 것이 아니냐고 합리화(내가 보기엔 합리화다.)하고 있었다.그는 결탄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목표를 향해 가는데 있어서 '어쩔 수 없다'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치부해도 될까?.....인간은 이성과 감성이 조화된 존재다. 아니, 이 책에서 다룬 사건들을 보자면, 오히려 자기합리화, 내부로부터 오는 죄의식 등에 대한 도피를 위해 '이성적'으로 이론을 완성해내가는 느낌이다. 감성이 밑에 깔려 있는 느낌이랄까...그렇게 목표를 위해 타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지나가고 나면, 과연 그들이 원하던 세상이 올 수나 있을까? 그들이 꿈꾸던 세상은 오히려 사람을 위한 세상이 아니었나?(적어도 그들의 입장에서 말이다.)

사회 심리학에 관심있는 사람, 그리고 집단에 의한 내부 폭력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궁금한 이는 한번쯤 읽어볼만 하다.
요즘 군인이 심하게 폭행당해 사망하게 되어, 군대 구타에 대해 말이 많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이 책의 경우와는 확실히 다르긴 하지만, 어떤 식으로 자기합리화 하며, 인간이 어떻게 그리 잔혹해질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이 리뷰를 마친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