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세대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추억 이야기, 사랑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밌는 치트키 같은 소재지요. 그만큼 식상하기도 하구요. 그래도 문득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우리 세대 이야기를요. 우리 세대 이야기라고 해서 뭐 거창한 거시적, 사회적 그런 이야기는 아니고, 추억팔이정도겠네요.
어쩌면 지금 우리 세대가 가장 대한민국을 다양하게 겪어본 세대가 아닐까 해요.
6.25 전쟁 이후 근 수십년간은 경제적 고속 성장을 하기에 바빴죠. 그 시기의 대부분을 보낸 세대가 현재 우리 부모님 세대가 아닐꺼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오기까지의 그 시대 말이에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내고, 한창 자녀들을 키울 시기에 IMF 외환위기를 겪었죠. 그리고 지금은 말년에 드셨으니, 그분들이 느낄 경제적 변화가 엄청날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요. 그래도 우린 각 가정에 TV는 있고, 라디오도 있는, 아버지가 회사를 다니고, 어머니가 집안일을 돌보는, 그런 기본적인 '현대인'의 삶을 살아가는 시대를 어린 시절로 보냈지요. 그 당시에 쓰던 제품들-개념들은 여전히 현대에도 남아있어요. 에어컨이라든가, TV라든가, 컴퓨터라든가, 라디오,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밥솥 등등 말이지요. 단지 제품들이 더 세련되고 멋지게 바뀌었을 뿐이죠. 물론 새로 생겨난 가전제품들도 있어요. 스타일러라든가, 스마트폰 같은 것들이지요. 우린 대한제국과 같은 근대화 시절이나 전쟁을 겪지 못했을 뿐, 현재 대한민국의 현대인의 삶과 같은 양식이 정착된 시대에 태어나서 자랐어요.
다만 유년 시절 아날로그 시대를 거쳐, 사회인이 되었을 때 디지털 시대를 겪게 됐죠. 부모님 세대도 우리와 함께 지나왔으니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둘 다 겪어본 세대이긴 하죠.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세대가 가장 다양하게 겪어본 세대가 아니라,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동시에 겪은 마지막 세대지요. 그래도 부모님들은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를 뒤늦게 겪게 됐으니,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해요. 반면 우리 세대는 분명 유년 시절엔 아날로그였는데, 학창시절에 점차 디지털로 변환되더니, 사회에 나올 때쯤엔 완전 디지털로 바뀌어버렸죠. 그래서 둘 다 곧 잘 익숙해하고, 또 잘 다루는 것 같아요. 지금 학생들은 완전히 디지털에서 시작하기에 아날로그 시대의 제품이나 그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어린 시절에 학교 앞에는 작은 문방구가 있었어요. 100원짜리, 200원짜리 식품들을 팔았고, 싸구려 장난감도 팔았죠. 그리고 입구에는 작은 오락기가 있었어요. 특정 스테이지를 깨거나, 죽어서 코인을 더 넣으면 오락기 밑으로 과자가 나오기도 했죠. 또, 일본과의 문화교류가 활짝 열리면서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한국에 수입돼서 인기를 끌곤 했어요. 그땐 남자애들 사이에서 미니카가 한창 유행했었죠. 여자애들은 바비 인형을 많이 갖고 놀았던 것 같은데, 인형의 집 장난감이 나와서 인기를 끌었던 것 같아요.
그 땐 한국에서도 명작 애니메이션이 많이 나왔죠. 녹색전차 해모수, 레스톨 특수구조대, 스피드왕 번개와 같은.... 아기공룡 둘리나 날아라 슈퍼보드도 꽤 재밌었죠. 지금 봐도 생각보다 재밌어요.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면 태양의 기사 피코, 썬가드, 지구용사 다간, 세일러문, 천사소녀 네티, 웨딩 피치, 마법소녀 리나, 우리는 챔피언, 사이버 포뮬러 등이 있네요. 어릴 때 가리지 않고 재밌게 봤던 것으로 기억해요.
썬가드나 다간, K캅스 등의 변신로봇은 정말정말 인기가 많았죠. 다만 그 때 가격이 매우 비싸서 정말 특별한 날에나 선물로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네요. 지금도 종종 생각나서 찾아보는데 가격이 정말 사악해졌어요. 성인이 된 지금, 굳이 사려면 살 수도 있지만, 막상 사고나면 흥미가 식을 것 같아서 눈팅만 하고 있답니다. 목표에 도달하기 전까진 뭔가 간절하고, 해보고자 하는 원동력이 되는데, 막상 목표에 도달하게 되면 감정이 짜게 식어버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느낌이라 구매하지 않고 있어요. 그 유년 시절 갖고 싶지만 비싸서 사지 못했던 아이들이 이젠 성인이 되었죠. 그들을 대상으로 새롭게 발매되는 것도 많아요. 돈이 되니까요. 키덜트라고 하죠.
이 외에도 그 때 그 시절을 말하라고 한다면 수십 페이지도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그 때 겪었던 모든 것들이 지금과 너무나도 다르니까.
유행하던 놀이, 유행하던 TV 프로그램, 학교에서 진행했던 운동회나 수련회, 소풍, 학원까지도.
대표적으로 달라진 게 있다면 교실 풍경이 아닐까 해요. 저 때는 교실과 복도가 나무바닥으로 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종종 가시에 찔리기도 했어요. 청소는 학생들 몫이었고, 왁스칠도 종종 했죠. 종종 장학사나 부모님들이 오시는 날에는 평소에 불성실하던 아이들도 눈치껏 보여주기식 발표를 하곤 했죠. 칠판에 분필과 칠판지우개는 당연히 있었고요. 칠판 지우개 털이라고 해서 키면 위잉~ 큰소리를 내면서 공기를 흡입하는 기계도 있었어요. 이 글 쓰면서 정식 명칭을 이제야 알았는데, 오버헤드 프로젝터도 있었지요. 지금은 눈 씻고 찾아봐도 이런 것들을 쓰는 교실은 없을거예요. 특히 교육 분야에서는 안 좋은 것들은 빠르게 퇴출하고, 최신식으로, 좋은 것들은 빠르게 도입할 필요가 있죠. 이제와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이 교실에 투자는 잘하는 것 같아요. 한 학년 올라갈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장비가 추가되거나, 기존 장비가 교체되곤 했으니까요. 분명 지금 교실은 제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바뀌었겠죠? 그리고 그 방식들을 현재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을 테구요.
과거는 미화되는 법이에요. 이제와 종종 옛날 것들을 생각하지만, 그 때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교육에서만큼은 현 시대에 맞춰서, 미래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하니까요. 다만, '이런 것도 있었지....'와 같은, 추억이라 부를 만한 것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면서 현 세대들과 단절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죠.
레트로가 유행한다고 하지만, 그거야 이제 사회에 진출하는 우리 세대 입장에서 말하는 것일 뿐이죠. 현 아이들 입장에선 듣도 보도 못한 유행일 뿐이에요. 그저 경제력이 없던 유년 시절을 보낸 아이들이 이제 주머니가 두둑해진 사회인이 되었기에 생겨난 새로운 마케팅일 뿐.
아날로그의 유행, 레트로의 유행 모두 그저 우리 세대에서만 불어오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해요.
그래도 이런 문화를 겪어 왔고, 현재 재유행을 탈만한 그런 시대를 보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세대가 그만큼 다양한 시대를 겪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지금 자라는 세대와 달리 말이에요. 앞으로는 또 디지털 시대를 넘어서는 어떤 시대가 올지도 모르죠. 그 땐 지금 아이들이 디지털 시대를 추억 삼아 이야기하게 되겠죠.
이 글을 쓴 건 추억팔이를 하기 위해서에요.
오랜만에 유년 시절의 기억들을 따라가며 글을 써보고 싶었어요. 옛 기억들을 둘러보고 싶은 거죠.
그 땐 왜 그리도 사진 찍는 것을 싫어했는지. 사진을 많이 남겨둘 걸 그랬어요.
모든 것은 끝이 있기에, 이제 자취를 감췄지만, 그래도 그 때 그 시절의 물건들을, 문화들을, 향수를 느끼고 싶네요.
현재 새롭게 만들어진 레트로 제품이 아니라, 그 시절 그 자체를요.
p.s
그 시절 특별히 생각나는 제품이나 문화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