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떠오르는

용서와 관용이 사라진 사회는 사과마저 지워낸다.

어둠속검은고양이 2023. 4. 22. 02:31

용서와 관용이 사라진 사회는 사과마저 지워낸다.

요즘엔 잘못된 짓, 못된 짓을 하고도 뻔뻔하게 구는 이들이 많다.
당연하게도 1차적으론 그들이 문제이지만, 한편으론 우리 사회는 뻔뻔함을 권장하고 있지는 않은가 자문해본다.

뻔뻔하게 굴어도 사과하지 않아도 그래도 되니까.
그래도 쉴드 쳐 줄 사람들은 쳐 줄 테고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으니까.
법적 처벌만 피하면 그만이고 그깟 솜방망이 처벌 받는다 해도 벌금 몇 푼으로 때우면 그만이니까.
그래서 뻔뻔하게 구는 인간들은 판사 앞에서만 사과를 하고, 판사 앞에서만 반성의 눈물을 흘린다.

그래도 되니까.

사과하면 득달같이 달라들어 물어 뜯기 바쁘니까.
사과하면 용서와 관용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상처입은 개마냥 기회를 노리고 목덜미를 물어 뜯으려고 달라드니까.
마치 일본에서 일어나던 사회적 이지메처럼, 낙인을 찍고 집요하게 물어 뜯고, 발가락이 선을 넘었다고 발목을 잘라내려 하니까.
그래놓고 하는 말은 '네가 선을 넘었잖아. 애초에 선을 안 넘었으면 됐잖아? 니가 잘못했으니 어떠한 고통과 비난도 감내해야지.'

이젠 뻔뻔함을 권장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사과하면 죄인이라는 공식적인 낙인이 찍히고 모든 이들에게 비난을 받지만, 차라리 우기고 모르쇠로 일관하면 적어도 내 말만 믿어줄 내편은 있으니까.

사과하지 마라.

스스로에게 약간의 죄책감을 있을지언정 적어도 모든 이들에게 돌팔매질 당하진 않을테니까.
용서와 관용이 사라진 현재 대한민국에서 사과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낙인을 찍는 것과 같다.

용서와 관용이 사라진 사회는 사과라는 최소한의 인간됨마저도 지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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