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
The Avengers: Age of Ultron
- 감독
- 조스 웨던
- 출연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 정보
- 액션, 어드벤처, SF | 미국 | 141 분 | 2015-04-23
필자는 어벤져스1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 특정 TV프로그램에서 해주길래 본 정도고, 그 정도의 히어로물이구나 싶었다. 사실, 난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그저 '헐리우드식' 블록버스터 영화 = 화려한 볼거리만 잔뜩 있는 영화정도로만 인식할 뿐이다. (그렇지 않는 영화도 충분히 있다,) 그래서일까 기대감없이 어벤져스2를 보았는데 재밌었다. 어벤져스2를 까는 분이 많은데, 난 대체적으로 만족이었다.
일단 까는 것으로 리뷰를 시작해볼까 한다.
1. 한국에서 굳이 찍을 필요가 있었나?
전에 촬영할 때 어벤져스2에서 한국이 나온다며 설레발 친 것에 비하면, 글쎄...? 오히려 뭔가 어색했다. 이태까지 보아온 영화 때문에 인식이 그리 굳어진 것은 모르겠으나, 외국영화에 한국 장소를 굳이 끼워넣음으로서 어색해진 느낌이다. (중국이나 일본이 나왔으면 덜 어색하게 느꼇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인식을 제하고서라도 영화 촬영의 엑스트라(?)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 굳이 한국을 장소로 나올 필요가 없었다.
2. 그 외엔 어느 정도 좋았다. 역시 마블이란 느낌. 괜히 마블코믹스가 인기있는 것이 아니구나를 실감했다. 세계관이 매우 탄탄했고, 그 세계관에 따른 인물들이 개성과 스토리의 상징성이 잘 드러나서 좋았다. 핵심적인 부분을 다루는데 있어서, 몇몇 대화로 끝나버리기에 스스로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였다. 어떤 이들은 철학적 깊이가 부족하다고 말을 하는데, 글쎄다. 아무래도 상업성과 화려한 볼거리에 치중하다보면, 담고 있는 내용, 이야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파고들기 보단 간단하면서도 핵심적으로 드러내고 빠르게 넘어가야 한다. 대놓고 떠먹여 주던지, 그게 아니면 스스로 얼마든지 추측할 수 있도록 핵심만 딱 짚어주던지. 어찌보면 불친절한 셈인데....그래도 어벤져스2에서는 우리가 충분히 사고할 수 있도록 적당한 떡밥, 상징성, 핵심대화가 오고 갔다고 생각한다. 과연 알아먹기 힘들정도로 그리 불친절했나. 철학적 깊이가 부족했나 하는 질문에 오히려 의구심이 든다.
몇몇 인물들을 통해 어벤져스에 나타난 상징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다.
약간의 스포가 있다.
2-1. 비전 vs 울트론
울트론은 인간의 평화를 위해 토니 스타크가 만든 인공지능이다. 단순히 울트론이 오작동한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어째서 오작동 했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그 답은 울트론과 비전의 대화에서 추측해볼 수 있다.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울트론은 각종 정보를 취득하며, 인간과 평화에 대해 고민한 끝에, '본질적 위험'에 대해 생각하게 된 듯하다. 그 위험은 바로 '진화의 멈춤'이다. 태초의 세포가 끝없는 위험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에 따른 진화 덕분이었다. 그렇기에 울트론은 현재 인간이 더 이상 진화하도록 촉진시킬 만큼의 위험이 지구상에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인류가 진화할 수 있도록 스스로 위험이 된다. 그리고 그 위험을 방지할 어벤져스를 가장 큰 방해물로 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생각하는 울트론의 변화는 이렇게 일어난 것이 아닌가 싶다.
울트론은 끝없는 진화가 목표이며, 그 진화는 더 강하게, 더 영구적인, 더 효율적인 것이 목표다. 울트론과 비전과의 대화에서 비전은 말한다. "영구적인것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야. 인간은 비효율적이고, 한계가 있지. 그러나 그 한계에는 아름다움이 있어."라고 말한다. 대비되는 그 두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은 울트론보다 비전에 더 인간다움을 느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우리에게 또 다른 근본 질문을 던지는 듯 하다.
진정 '효율적'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효율적'인 것이 과연 '인간으로서' '좋은 것, 옳은 것'인가? 기계는 기본적으로 좀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것을 추구하는데, 진정 기계가 사람이 되려면 '비효율적'이어야 하지 않는가? 라고. 우리는 효율성과 합리성만을 추구한 결과 어떤 일을 가져왔는지 이미 알고 있다. 바로 세계 2차 대전. 합리적인 과학에 맞춘 '우생학'을 바탕으로, '비효율적인' 인간을 합리적이며 효율적으로 없애기 위해 독일은 가스실을 만들어냈다.
더 나아가, 울트론과 스타크는 근대 서구의 자연관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며, 과학을 통한 끝없는 개발과 진화로 자연과 위험을 극복하고, 미래마저도 지배하려고 한다. 한편으로 '인공지능' 울트론을 통해 인공지능 과학에 대한 위험성도 경고하고 있다.
그에 반해 비전은 '신(토르)'이 창조한 인물이다. 그의 핵심 또한 '신의 돌', 인피니티 스톤이다. 그는 비효율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인간의 모습과 그들의 어리석음, 한계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 자체에 의미가 있음을 긍정하고 있다. 울트론과 달리, '신'에 의해 태어난 인조'인간'이다. 그러나, 결국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캐릭터의 특성상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라는 서구관을 상징하는 한계가 있다고 보여진다.
2-2. 캡틴 오브 아메리카 스티브 로져스 vs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는 대표적인 과학만능주의자이다. 그의 앞날을 향한 실험정신은 마치 미국의 개척정신을 보는 듯하며, 그가 가진 재산과 첨단무기들은 현대판 미국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자본을 바탕으로 첨단 무기를 개발하고 제작함으로써 위험에 대비한다. 적들을 물리치고 세계를 수호하는 영웅의 삶을 살아가는 토니 스타크는 현재 군사 최강대국인 미국의 수호역할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상 그가 만들어낸 무기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전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보이지 않는 위협을 대비해서 만드는 것들이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고 있어."라고 캔팁 아메리카는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두 캐릭은 대표적으로 부딪치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캡틴 아메리카도 미국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이라기 보단 자유와 평등을 상징하는 존재다. 그는 보이지 않는 위험을 대비해서 군사무기를 개발할 필요가 없으며, 그 때 가서 모두가 힘을 모아 준비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것으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글쎄 어느 쪽이 옳은지는 함부로 판단할 수가 없다. 어떤 이는 미래를 대비하는데 치중할 것이고, 어떤 이는 미래보다 현재에 치중할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미래의 보이지 않는 두려움 때문에 현재를 갉아먹어선 안 될 것이며, 결코 미래의 모든 것들을 확실히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2-3. 토르와 비전
어벤져스의 일원 중 유일한 신이다. 비전을 '창조'하려는 스타크를 대신해서 비전을 토르가 완성하는 모습은 바로 신으로서 창조영역이 그한테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과학만능주의자인 토니 스타크는 신의 무기를 분석하여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려고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 개발은 실패로 돌아간다. (언뜻 성공한 것으로 보이긴 하나, 무엇인가 인간적으로 결함이 있다는 점에서 실패로 보인다.) 그 후 새로운 몸과 인피니티 보석을 이용해 재창조를 시도하지만 저지당하고, 결국 토르가 창조에 성공한다. 업로드 상황도 97%로 보는 것을 보면 이 상징성은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유인원의 유전자 차이인 3%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저기 검색결과 1.5% 혹은 4% 혹은 5% 차이가 난다고 해서 정확한 자료를 찾지 못했다. 과거 3%차이 난다고 들었던 것 같다. 수치보단 만들어진 비전과 인간의 차이가 매우 미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듯 싶다.
어벤져스2를 볼 때 아무 생각없이 봤는데, 보고 난 후 영화의 몇몇 장면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풀어보니 마블코믹스의 인기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관과 캐릭터의 특징이 제대로 살아있었다. 쿠키영상을 못 봐서 아쉽지만, 다음에 나올 어벤져스3도 기대해본다. 볼거리도 많아서 좋았다. 단순한 킬링타임용으로도 오케이.
별점이 낮은 걸 보니 마블코믹스 팬들 입장에서는 매우 아쉬웠나보다.
2015. 5. 25(월) 미아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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