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떠오르는

어린 날의 사랑, 그 서툼.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5. 20. 12:36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고민하는 것.
역지사지한다 말하지만, 결국 나의 시점에서 그 사람이의 상황에 서서 보는 것이기에 결코 그 사람이 될 수 없고, 동일하게 판단할 수도 없다. 단지 같은 사람이라는, 그 종으로서의 일치에 기대어 비슷한 상황이라면 이렇게 인지하고 추론하고 판단할거라 여겨 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류가 종교로, 사상으로 수많은 시체를 쌓아올렸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는 은하계만큼이나 서로 멀게 떨어져 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지나온 세월이 다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 본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다른 상황에 시물레이션 돌리는데 지나지 않는 것이다.

서툴렀기에.
서툴렀기에 네가 시그널을 보내는 것도, 네가 시그널을 받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저 내 입장에 서서 상대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멋대로 판단했을 뿐이다. 지나버린 서툰 날들을 생각하면 참 씁쓸하다. 닿을 수 있었지만 채 닿지 못한 것이 더 아쉬운 듯이.

그냥 솔직하게 묻고 솔직하게 답하면 참 좋을텐데.
흘러버린 세월만큼이나 그저 객관적 이해도만 높아진 지금, 나는 사랑의 방식에 조금은 능숙해졌을까.

난 여전히 사랑엔 서툴다.
그리고 이젠 사랑에 서툴다는 핑계가 통용되지 않을 나이다.

'기록보존실 > 떠오르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제기구의 민낯  (0) 2021.06.04
가변적 사회와 고정적 시선, 대화보단 침묵을  (0) 2021.05.29
발버둥 쳐야만 한다.  (0) 2021.05.13
때론 포기하는 것도 괜찮다.  (0) 2021.05.13
나태중독  (0) 2021.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