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어린이나 어른이나

어둠속검은고양이 2020. 10. 23. 03:38

어렸을 땐.

음.. 잠깐 우리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도록 해요. 아이의 시점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요.

어렸을 땐, 어른들을 보면 정말 어른 같다고 생각했어요. 나나 친구들이나 어린이들과는 무언가 달라보였죠. 키도 크고, 덩치도 크고, 힘도 쎄고. 우리가 모르는 것들도 많이 알고 있구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하고 다닌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어요. 다 알아먹을 순 없었지만 어른들끼리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뭔가, 어떤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는걸 느끼곤 했죠.

 

그런데 뭔가 있을 것 같았던 그 어른이 내가 됐어요.

우리들이 쌓아왔던 그 모든 것들이 이젠 과거가 되어 버렸어요. 학교 앞 매점에서 먹던 군것질들과, 하루 전날 밀려서 풀던 학습지들과, 하교 후에 들리던 오락실까지도. 우리들의 과거가 담겨져 있던 모든 식품들, 옷들, 장소들까지 전부 추억으로만 남게 되어버렸죠. 과거에 우리들이 겪었던 모든 것들을 이젠 찾아보기 힘들죠. 그래서인지 우연히라도 길을 가다 그런 흔적들을 마주칠 때면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반가워하곤 하죠.

 

.........우린 현실을 살아요. 현재를 살구요.

그래서 이젠 변해버린 현재에 맞춰서 살아가고 있고, 그 현재에 익숙해져버렸죠. 마치 나의 어린 시절의 과거 흔적들은 이제 잊혀져 버린, 재현할 수 없는 느낌이고, 이젠 현재의 삶의 방식 이전으로 돌아가라면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어요.

 

아, 이야기가 옆으로 샜네요.

 

그 무언가가 있어보이던, 우리와는 달라 보이던 그 어른 말이에요.

내가 어른이 되고 나니, 어른도 다 똑같더라구요. 우린 달라진게 없는데, 그냥 겉모습만 어른이 된 어른이일 뿐인데, 어린이들은 우릴 보고 어른이라고 해요. 아마 아이들은 우릴 보고 자신들과는 뭔가 다른 생명체라고 여기고 있을 테지요. 우리가 어릴 때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에요. 사실 어른이라고 해서 게임 속에서 전직이나 승급하듯이 뿅하고 변화하는 건 아닌데. 그저 새롭게 변해가는 세상과 문명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지.

 

어린이나 어른이나. 

우린 변했지만, 변하지 않았어요. 어쩌면 제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걸지도 몰라요.

 

시간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건 바로 인간이라는 어느 물리학자의 말을 떠올리며 글을 마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