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기사를 하나 본 적이 있다.
해당 기사는 어느 한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을 초대하는 생일파티를 금지하는 가정통신문을 내렸다는 내용이었다. 그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는데, 당시에 필자 역시도 너무나도 과한 행동 제약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 당시 해당 교사가 가정통신문을 내린 이유는 '초대받지 못한 아이들의 소외감, 빈부격차에서 오는 상처'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해당 교사가 그런 가정통신문을 내린 것도 충분히 이해될만도 하다.
.......질문을 하나 던져보고 싶다.
아이를 키울 때, 심리적 측면에서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 사회는 아이를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모두가 사랑해줘야할 존재고, 연약한 존재며, 보호해줘야할 존재로 생각한다. 그렇다. 아이는 분명히 약자이고, 충분히 사랑해줘야할 대상이다. 그러나 아이를 사랑만으로 감싼다면, 그것은 결국 아이를 병들게 만들 것이다. 아이는 언젠가 성인으로 자랄 것이고, 상처와 실패에 대해 더 이상 사랑으로 감싸줄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
아이가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바로 '늘 관계가 원하는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과 '관계에서 상처받더라도 부모님은 늘 지지해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한명도 빠짐없이)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주지는 않으며. 누군가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 이유가 딱히 없을 수도 있으며, 자신을 사랑해주더라도 실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 실망이 배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아이의 세계는 부모님과 선생님, 그리고 학교 또래친구들이 전부다. 당연히 친구들 사이에서는 인기 많은 친구와 인기가 적은 친구가 분명히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분명히 소외감을 느끼고 상처를 입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일평생을 살면서 인간관계에서 느끼고, 감내해야할 것들 중 하나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런한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이루어지는 관계에서 좌절만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도록 지지를 해줘야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계에 있어서의 건강한 좌절이다. 그래야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착한 아이 컴플렉스'에 걸려 있다. 이들은 주변이 실망할까봐 거절을 잘하지 못하며, 무리하다보니 자신의 삶을 갉아먹기도 하고, 결국 주변 사람마저도 떠나버리곤 한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지만, 이것에 대한 미련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고생하는 이들이 매우 많다. 물론 나 역시도 그렇다. 머리로 아는 거랑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히 다르니까.
소외감, 빈부격차... 분명 이것은 자녀를 가진 부모로서 아이가 받지 않았으면 하는 끔찍한 상처다. 하지만 이러한 상처들은 언젠가는 받아들여야할 것 중 하나다. 또한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과 자존감 역시도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어른들이 해줘야할 것은 같이 역경을 헤쳐나가는 것이지, 역경을 자체를 막아버려선 안된다.
'인성터진 왕따 수법'이라고 해서, 생일날 간다고 해놓고 친구들이 모두 안 가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해당 아이 마음과 음식을 열심히 준비한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면 그냥 내가 다 속상하고, 화가 날 지경이다.
이 때문에 잊고 있던 오랜 기억이 떠올랐다.
필자가 어렸을 적에 친하게 지냈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생일 파티를 한다길래 초대받을 줄 알고 미리 선물을 준비했는데, 막상 해당 친구는 필자를 초대하지 않았고, 필자는 실망한 채로 집에 돌아갔다. 그 때 어머니께서 "생일파티 간다더니, 왜 이렇게 일찍 왔어?"라는 물음에 아무말도 못하고 속상해 했는데, 주눅이 든 내 모습을 보고 어머니도 속이 많이 상하셨던지 "선물도 샀으면, 그냥 따라가면 되지, 바보같이 그냥 오냐"며 화를 내셨던 기억이다.
위의 '왕따 수법'은 너무나도 악할하여 뭐라 말할 수 없지만서도, 필자와 같은 경우랄까. 살다보면 누군가를 실망시키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고, 소외감을 느끼기고, 또는 소외감을 주기도 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천천히 이겨내는 법을 익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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