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아이들 사이의 주거 차별적 표현에 대한 단상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11. 14. 18:00

오랜만에 쓰는 뉴스거리다.

며칠 전에 아이들 사이에서 주거차별이 횡행하다면서, 월거지나 전거지와 같이 주거로 사람을 나누어 부르는 경우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필자는 결혼도 하지 않았거니와 자식 또한 없고, 솔직히 기사는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지라, 이것이 횡행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2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는데, 하나는 이런 현상이 적게나마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뉴스에 등장했으니 이것이 시발점이 되어 더 퍼질 거란 점이다. (가만 보면 뉴스 기사는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책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조회수를 위해 오히려 자극적인 문구로 분란을 조장한다.)

여튼 간에 이러한 '주거 차별'이 새삼스럽게 처음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차별적인 용어가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아이들도 잘 알 정도로 경제력에 의한 계급 고착화가 심해졌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예전 글에서 필자가 여러번 '부(富)'를 강조했듯이 어릴 때의 경제력은 한 아이의 세상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꿀 정도로 큰 영향력을 지닌다. 경제력이 부유하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더 넓은 경험의 기회를 부여해준다는 것과 부모가 상대적으로 시간적, 정서적 여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돈을 많이 벌더라도 바쁜 부모님은 바쁘겠지만, 여차하면 아이를 위해서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전환할 수 있기에 아이를 전적으로 보살펴 줄 어른이 존재한다. 그러나 당장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되는 집에서 과연 아이를 위해 외벌이로 전환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집에서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줄 여유가 있을까. 아이의 경제적 실패에 대해서 너그러워질 수 있을까. 아이를 주의깊게 바라보고 교육해줄 시간을 낼 수 있을까. 결국 이는 아이들의 자존감이나 성격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것은 아이의 미래가 통제불가능한 재능의 영역과 노력보단 경제적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름 잘사는'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위해 벽을 쌓는다.
차별이 안 좋다는 것을 알지만, 혹여나 자신의 아이에게 미칠 부적절한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미래는 불확실해져 가는데, 경제적 영향력만은 더 확고해져 가므로, 위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끼리끼리의 벽을 쌓는 것이다. 물론 그 부모들도 가난하다고 해서 해당 아이들이 모두 성격이 개차반이라거나 문제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타인에 대해 어차피 걔네 말고도 잘난 애들이 많은데, 굳이 '가난한 그룹'의 아이들을 일일히 따져보겠는가.

'너 말고도 사람은 많아. 너를 살펴볼 시간에 급에 맞는 그룹의 아이들 따져보기도 바빠.'

이러한 어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레 차별을 배우고 자란다.
그리고 그러한 차별을 아이들은 아주 단적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주거 형태로 따지기 시작한다. 이러한 현상이 횡행하는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이렇게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차별적 용어가 나온다는 것은 경제력으로 인한 계급 고착화와 블록화가 심해져가는 대한민국을 상징한다.

과연 나는 어느 블록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대한민국은 이 차별의 늪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