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함은 오직 의도로만 판명되어야 한다.
의도만이 선을 판별하는 잣대다.
그렇다면 그 '선이라 불리는 의도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평생을 착한 척을 한 악한 인간이 있다면, 그건 선한 인간이다.' 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건 선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건 착한 척을 평생한 악인일 뿐이다. 착한 척을 한, 겉으로 드러나진 행위로 선함을 판별하는 것은 오직 결과로만 선을 판별하는 것과 같은 것이고, 이는 결국 그 과정에 대한 무시로 이어진다. (물론 우린 물리적 한계 때문에 오직 행위를 통해서만 상대방의 의도를 추측할 수 있고, 인간을 판단한다.)
만약 어린 아이가 다친 환자를 도우려다 더 크게 다치게 만들었다면, 그것은 나쁜 것인가?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끝까지 착한 척을 한 사람은 결국 착한 것이다.'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이들은 도우려다 실수로 다치게 만든 아이가 나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자가 악화된 상황에 안타까워하지, 아이보고 악한 사람이라 칭하지 않는다. 그 아이의 행위가 선함이라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 결과와 선은 무관하다.
선한 행동이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나쁜 행동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선함은 오직 의도로 판명될 뿐이며, 행동에 의한 결과는 그냥 결과값이다. 별개로 판단할 것에 지나지 않는다.
p.s
글을 쓰고 보니, 올해 초에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과 내용은 비슷하나 그 글은 좀 더 논의가 확장되었고 결론도 조금 다른 듯하다. 오직 의도로만이 선을 판별한다고 하면, 과연 행하지 않는 의도도 선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 역시 선함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지 행동하지 않는 선이고, 세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선일 뿐이다. 효용론 관점에선 무쓸모한 선일 뿐이다. 과거글을 보니 생각은 늘 변한다는 것을 느낀다. 한번씩 이렇게 보는 것도 나쁘지 않는 것 같다. 훗날, 젊은 날의 내 생각들을 뒤돌아볼 수 있는 블로그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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