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상을 정리하다 오래전에 써놓은 글귀를 보게 됐어요.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살아가면서 헛된 다짐만 하던 그 시절의 글귀였죠. 어떻게 해서든지 나의 의지에 불을 붙여보려고 했던, 그러나 불이 붙지 않던 그때 그 시절. 지금은 어떠냐고요? 지금도 똑같아요. 주어진 대로 살아가고 있죠. 다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죠. 나름대로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내려놓고,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붙들지 않고, 현실에 충실히 살아가고 있어요. 지금의 삶에 만족하냐고요? 네. 만족해요. 하루에 충실하며, 내 몫은 벌어서 사는 삶이요. 그래서 지금의 삶에 후회는 없어요.
어릴 땐 꿈이 참 많았어요. 공부도 열심히 했구요. 하지만 어떤 꿈을 위한 분명한 목적이 있는 공부는 아니었죠. 그저 칭찬이 좋아서 했었으니까. 단지 미래에 성공이 보장될 거라는 그런 막연한... 그런 공부였어요. 성실히 한 덕분에 좋은 대학도 들어갔고요. 허나, 졸업이 다가오며 길을 잃었죠. 취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떤 방향으로 직업을, 삶의 방향을 잡을 것인가. 점점 더 내 수준에 맞는 것을 찾아 맞춰가기 시작했어요. 막연하게 대학교를 잘 가면 자연스레 다 잘될 거라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문제였죠. 그래선 안 됐지요. 내 수준보다 더 높을 걸 원해야 했고,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내 삶은 서서히 도피를 위한 삶을 바뀌어갔죠. 그러다 억지로 시험 준비를 시작했어요. 그러나 삶의 의지는 꺾인지 오래였죠. 되지도 않는 것을 억지로 붙잡고서 하는 척만 했죠. 그때 그 시절의 적어놨던 글귀들을 읽어봤어요.
회광반조.
1년안에 죽기로 결심하다.
안 하면서 안 된다고 하지, 하면서 안 된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다.
언젠가 누군가의 곁에 서도 부끄럽지 않을 그런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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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무런 감흥조차 없죠.
하지만 가끔씩 꿈을 꿔요. 이래선 안된다는 걸요.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고 하죠. 점점 더 이 삶에 젖어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해요. '이대로도 좋지 않을까.' 하는, 현실에 안주하는 내 자신을요. 정말 필요할 때도 의지에 불이 붙지 않았는데, 지금이라고 가능할까요. 그때보다 나이는 먹었고, 체력은 더 떨어졌지요. 머리는 녹슬었고, 공부에 손을 놓은 지는 좀 됐어요. 하지만 뭔가 방향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오기가 생겨나는 것 같기도 하구요. 확실히 긍정적인 감정보단 부정적 감정들이 삶의 원동력으로 삼기엔 더 좋은 것 같아요. 치열하게 자신에게 채찍질하면서 말이지요.
뭔가 시작하기엔 분명히 늦은 나이죠.
하지만 뭔가 해보고 싶은 나이이기도 합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욕심을 버려야만 하는 나이죠.
하지만 욕심을 부릴 수 있는 마지막 나이이기도 합니다.
고통 끝에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을 수도 있어요.
회한만이 남을 수도 있겠죠.
도전했다는 것에 가치가 있다는 그런 위안을 찾기는 싫어요.
도전의 가치는 결국 얻느냐에 달려 있죠.
얻었으면 좀 더 자신있게 살아갈거고.
얻지 못했으면 그걸로 그냥 끝인 거고.
내 밥벌이는 함으로써 잉여인간에선 벗어났지만, 역시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과거는 매몰비용이고, '현재가 행복하면 됐지'와 같은 안일한 마음으로 그저 안주하면서, 사는 대로 생각하는 나 자신이 되고 싶진 않네요. 이대로 가면 영원히 도태되고 말 거예요. 태생이 수동적인 인간이라, 아직 나의 구심점이 되어줄 사람을 찾진 못했지만, 스스로 구심점을 만들어 나아가 보려구요.
두 문구만 가져가보려고 해요.
상황은 저절로 나아지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단 실수라도 하는 편이 나아.
최선을 다해서 살지 않았었다면 무엇도 탓할 자격은 없는거야.
살아온 인생이 유언이야.
더 붙일 말은 없다.
뭐, 대단한 결심을 한 것처럼 써놨지만, 그런 건 아니구요. 삶의 태도를 이젠 달리 하겠다는 의지정도로 봐주세요.
내 생각대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주어진 대로 살지 않고 생각대로 살아보겠어요.
2023년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봐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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