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네요.
혹시 편지를 기다렸나요? 누군가가 자신을 그리워해준다는 건 참으로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죠. 그렇다고 그런 기대를 받고서 편지를 쓰는 건 아니에요. 일부러 잠수탄 것도 아니구요. 그냥 자연스레 글 쓰는 걸 멈추었을 뿐.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죠. 모든 건 변해요. 저도, 제 주변 환경도, 그리고 세상도. 슬슬 편지라도 하나 써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이는 분명 자연스레 글을 쓰던 때와 달리 작위적이지요. 한동안 글이 뚝 끊기더니 어느 순간 뜬금없이 글을 올라와 있는 걸보면 제가 참 제멋대로인 사람이다 싶네요.
제 삶은, 제가 사는 곳은 변화가 멈춘 곳이지만, 인터넷을 보다보면 놀랄 만큼 발전속도가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10년에 걸쳐 느껴지던 변화가 5년으로 단축되더니, 이젠 1년, 6개월, 3개월처럼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소식을 듣게 되지요. 아마 제 세대가 아날로그-디지털을 동시에 겪은 유일한 세대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젠 4차 산업의 변화를 겪게 될 것 같네요. 그 땐 또 삶이 어느 방향으로든 크게 변화할텐데 말이지요.
허나 제가 지내는 곳은 달라지지 않을지도 몰라요. 변화하는 곳은 서울-수도권 뿐이겠지요. 수도권과 지방은 이제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되어 버렸어요. 젊은 층이 다 떠나고 변화를 받아들일 인력도, 자원도, 의지도 사라져 버렸죠. 생활 양식에서부터 차이나기 시작했고, 사회의 작동 양상부터가 달라진 걸요. 매체에서 다루어진 사회 문제나 경제 문제에 대한 진단도 먼 타국의 이야기 같은 걸요.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느끼지만, 한편으론 변하지 않겠다는 걸 느껴요.
삶에 녹아들면서 자연스레 글을 내려놓아요. 가끔씩 어느 단상들이 떠오르긴 하지만 쉬이 털어버리거나 잊어버리는걸요. 구태여 생각을 더 길게 끌어가지 않으려는 거지요. 그래도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생각하는 건 잊지 않고 있어요. 타성에, 삶에 젖는 걸, 사는 대로 생각하는 걸 하지 않기 위해서요. 최근에는 일하고 운동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생활 루틴을 만들기 위해서요. 매일매일은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려고요. 식단관리와 운동으로 자기 관리를 해야지요. 공부도 하고 있는데 쉽지는 않네요.
지금부터 쓸 말은 사회에서 생활하며 든 단상들인데, 조금 부정적인 생각들이에요. 안 그래도 힘든데, 괜시리 부정적인 생각을 보고 싶지 않다면 뒤로 가기를 추천 드릴게요.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사람은 공평하며, 1인 1표여야 한다는 소리가 얼마나 개소리인지 알게 돼요. 물론 이렇게까지 되기 위해 무수히 많은 피와 폭력이 동반되었고, 그로써 권리가, 평등이, 자유가 이루어졌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지요. 어떠한 경우에도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 차별의 조건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도요. 하지만 참...그래요. 억지부리는 사람들이 참 많죠. 자신의 행동과 말에 책임지지 않으려고 타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이들이 많아요. 누군가가 확정적인 답변을 통해 자신 대신 결정을 내려주길 바라고, 또 결정의 책임을 지어주길 바라죠.
그리고 친절함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나 베풀어야 한다는 거예요. 나 역시 무언가 되돌려 받으려는, 그런 별 생각없이 챙겨줬지만, 정작 본인들은 인지조차 안 해요. 당연시하고 사소한 걸로 치부해버리고 넘기지요. 삶이 갈수록 퍽퍽해지는 이유 같아요. 고마워할 줄 모르고, 손해본 건 잊지 않죠. 스스로 예민해져서 삶을 피곤하게 만들어요. 그러면서 한편으론 타인에겐 호구다, 퐁퐁이다 이러면서 너는 왜 손익계산 안 하고 당하고만 있냐는 식으로 예민하게 굴 것을 강요하죠. 그래서인지 인터넷에 보면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이분법적 사고가 많이 보여요.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적인 사고 방식일까. 오직 yes or no로 판단하죠. 다들 날 서 있어요. 그래서 현실에서도, 인터넷에서도 더 이상 말도 안하게 되죠.
마지막으로, 느낀 것 중 하나는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라는 점이에요.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결국 어느 식으로든 선택할 수 밖에 없어요. 이쪽 팀이든 저쪽 팀이든 둘 다 아니든 저마다의 생각대로 타인의 선택을 짐작하고 결론짓지요. 사회 속에서 활동한다는 건 그런 가봐요. 활동은 늘 선택의 연속이지요. 그것이 내가 선택을 했든 타인의 짐작으로 선택한 것이 되었든 간에 피곤한 일이지요.
피곤하지만 오늘도 살아가고 있어요.
발버둥쳐야죠. 그것이 삶이니까요.
p.s
에이징 커브라는 말 아시나요? 체력이 나이에 따라 깎이는 게 아니라 계단식으로 팍 꺾인다는 그런 말이에요. 근래 몇 년 사이에 체력이 떨어져서 일을 내려놓는 사람이 많이 보여요. 시골이다 보니 다들 연세가 높지요.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많고요. 그러다 보니 하나 둘 일을 내려놓는 분들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일할 사람은 없고, 일을 물려줄 사람도 없고, 체력이 딸리니 일을 내려놓는거지요. 다들 비슷한 세대니까 비슷한 시기에 은퇴하는거 같아요. 문화나 사회도 에이징 커브에 맞춰서 한번씩 크게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문화나 사회를 이끌어 가는 건 결국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니까요. 이미 대학교가 한번 크게 겪고 있지요. 학생이 없어서 통폐합되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또 한번 큰 충격이 올 것 같은데, 그 땐 대학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충격이 오겠죠. 암울하면서도 기대가 되는..그런 사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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