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를 그만두었습니다.
사실, 생각하는 버릇은 여전한터라 생각은 언뜻언뜻하면서도 글로 차분히 정리하는 대신 몇 마디 글자로 넘겨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습관이랄지, 강박증이랄지..... 그러한 생각들을 글로 쓰지 않으면 왠지 모를 초조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것이 무슨 대단한 생각이라도 되는 듯이.
그래도 역시 뭔가 글을 쓰고 싶어지는 날이 종종 있습니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쓰는 편이지만, 그런 것에서 벗어나 내 감정이 흐르는대로 쓰고 싶을 때가 말이지요. 이것은 내 안에 흐르는 감정들을 타인에게 말하기 부끄러워서 이기도 하고, 말할 상대가 없는 환경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릴 적 일기 쓰는 것을 그리도 싫어하는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유일한 취미가 되었다니, 사람은 살아가는대로 적응한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내 안에 있는 소소한 감정들을 친한 사람을 붙잡고 주절주절 얘기하는 것은 못할 짓입니다.
그러한 감정들은 이해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는 것도 아닌, 풀어내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종종 독백체로 글을 남깁니다. 나는 살짝 이야기를 풀어내고, 누군가는 우연히 지나가다 글을 읽겠죠.
요즘 날씨가 후덥지근합니다.
차라리 비라도 시원하게 한번 내렸으면 싶은데, 올듯 올듯 오지 않고, 습하기만한 날씨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저는 왠지 이런 날씨가 불쾌하기보단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당신은 이상하다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 저녁,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덕분에 습도를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분명 높은 습도는 사람을 힘들게 만들었지만, 이 힘듦이 아닌 힘듦이 내가 바라는 삶과 같다고 느꼈습니다. 이 사소한 불편함은 정말 사소하기에 돈이 있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많은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내 생활에서 부담이 안되는 선에서 충분히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그러한 불편들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이 사소한 것은 내가 조금만 감내한다면 생활비를 아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어떤 이들은 차비 몇 푼 아끼겠다고 걷는 것을 두고 구질구질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몇 천원 써서 편하게 집에 가고, 시간을 아끼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사소한 불편을 감내하고 싶었습니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마지못해 견뎌야 할 이 사소한 불편들이 비참함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돈이 없다는 사실은 분명 잔혹한 것이고, 이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주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도 전 이것들을 견뎌내며 아등바등 사는 것이 우리의 삶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지니고 있는 생활비를 어떻게 소비하고 저축할 것인지 고민하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가끔씩 사치도 부려보면서, 흔치 않는 이 기회를 기뻐하는 것이, 각자가 살아가는 삶일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자라왔고, 또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분명 돈 때문에 가끔씩 싸울 수도 있고, 속상해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부족함 때문에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 것입니다. 단지, 큰 돈이 들어갈 일없이 무탈하게 자라온만큼 앞으로의 삶도 소소하더라도 무탈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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