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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기술은 혁신적이나 제도적 안착은 요원하다

어둠속검은고양이 2017. 12. 13. 16:57

오랜만에 글을 쓰고자 한다.

요즘 한창 열풍이 불고 있는 비트코인이다.

허나, 이것은 개인에 대한 견해일뿐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비트코인은 궁극적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라지기보다는 익명성을 요구하는 거래로 남아있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비트코인이 무가치하다는 소리가 절대 아니다.


흔히들, 비트코인을 옹호하는 사람은 '블록체인기술'을 말하면서 비트코인이 궁극적으로 4차 산업의 중심에 설 것이며, 화폐의 혁신으로서 모든 화폐를 대체할 것이라 말한다. 허나, 제대로 말하자면, '블록체인기술'이 대단한 것이지, '비트코인'이 대단한 것이 아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기술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학문적으로서 블록체인기술이 엄청난 혁신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과연 현실에서 '제도적'으로 안착이 될 것인가? 라는 질문에는'NO'라고 말할 수 있다.




현실과 화폐


1. 현실에서의 화폐는 현물과 '교환가치'를 지닌다.

'종이 쪼가리'에 불과할 것들이 현실에서는 분명히 가치를 지닌다. '현물'로 교환이 되는 것이다. 내가 아파트를 사려고 한다면, 집주인에게 3억이라는 종이 다발을 가져다 주면 된다. 아니면 은행통장에 이체를 해주면 된다. 집주인의 통장에 300,000,000 이라는 숫자가 추가되는 순간, 아파트는 내 집이 되는 것이다. 법적으로 내가 '주인'이라고 보장된다. 이것을 부술 수도 있고, 새로 인테리어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시 처분할 수도 있는 권리가 생긴다. 이 권리는 국가의 공권력으로 보호가 된다. 중요한 것은 화폐는 이런 경제활동을 하는데 매개체인 '화폐'가 필수라는 것이다. 


2. 현물은 더 윤택한 삶을 원하는 것(욕망)과 연결된다.

사람들이 '돈'을 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노동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공연이나 영화를 보거나, 차를 사거나, 스포츠를 배우거나, 여행을 가는 것 등등....이러한 모든 활동들은 인간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러한 활동과 욕망은 인간이 살아가는 내내 지속된다. 아무래도 옥탑방보단 사계절 내내 온도가 잘 유지되는 집이 더 낫고, 추운 날 기다리며 버스타고 가는 것보단 차량을 타고 24시간 자유롭게 다니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3. 욕망의 결과는 돈이다.

좀 더 편하고, 덜 고생스럽게 살기 위해서 우리는 물질적으로 윤택한 삶을 원한다. 그리고 그 물질적인 윤택함은, 현물과 교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돈'이 필수다.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고, 더 나아질거라 믿기에 '돈'을 벌려고 한다. '더 나은 삶에 대학 욕망'과 '의 보증'이 경제활동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문제


1. 화폐가치 하락 

모든 사람은 돈을 더 벌길 원한다. 월급이 100만원인 사람은, 같은 업무와 복지면, 월급을 200만원 주는 곳으로 이직하길 원한다. 당연하다. 월급이 높아지면 더 좋은 의식주와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모두의 월급이 높아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능력이 좋은 직원'을 쓰기 위해 전보다 더 많은 연봉을 주고 스카우트해야 하고, 원자재도 더 많은 돈을 줘야 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상품 가격이 오르게 된다. 1000만원하던 차가 이젠 1500만원을 줘야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월급이 100 -> 200이 됐으니, 10 -> 5달만 일하면 차를 살 수 있었는데, 이젠 7.5달을 근무해야 하는 셈이다. 그것을 우리는 경제학에서 '인플레이션'이라 부른다. 인플레이션'은 경제활동의 긍정적인 신호로 판단되기도 한다. 모두가 '돈'을 더 벌기 위해 활동하고, 모두들 '돈'을 더 벌고 있으며, 그만큼 소비를 하고 있다는 신호기 때문이다. 적절한 인플레이션 그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2. 인위적인 통제

그런데 문제는 화폐가치가 인위적인 통제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중앙은행이다. 정부는 중앙은행을 통해서 국채를 발행하거나 화폐발행 등을 통해 물가를 조정한다. 최근 금융위기 때 미국과 일본은 엄청난 재정지출을 했다. 특히나, 미국의 경우, 달러가 국제적인 화폐의 공식적 지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마음놓고 달러를 뿌려댔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시중에 돈이 넘치게 되었다. 물가는 오르는데, 내 월급을 오르지 않는다. 결국 내 삶은 '후퇴'한 셈이다. 3번 외식하던 것을 1번으로 줄이고, 매달 사던 옷도 3개월에 1번씩 사게 되었다. 결국 내 경제활동과는 무관하게 중앙정부에 의해 화폐가치가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해결책? 블록체인기술


바로 여기서 블록체인 기술이 빛을 발한다. 정확한 원리를 이해할 수는 없으나, 결과적으로 블록체인기술로 만드어진 '비트코인'은 '중앙정부'의 통제를 벗어났다는 점이다. 이게 바로 핵심이다. 여태껏 등장한 금융위기는 수 많은 개인들을 자살로 몰고 갔으며, 이러한 금융위기의 중심에는 중앙정부와 핵심금융기관들이 있었다. 유사시에 '판'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세력들이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은 '판'을 쥐고 흔들 수 있는 권력이 해체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통화공급을 제한해버림으로써 인위적으로 개입할 수 없게 되었다. (비트코인의 경우 총 채굴량은 2100만이다.) 


+ 추가적으로 거래의 '익명성 보장'과 '실시간 거래의 편리성'은 어두운 거래를 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무한정 복제할 수 있는 인터넷 아이템과는 달리, 복제될 수 없다는 점 하나 때문에, 일종의 화폐와 같은 약속어음이 되어 버린 것이다. 비트코인을 들고 가면 이러한 '현물'의 상품을 전해주는 것이 약속이 되었고, 이러한 거래가 반복되다 보니, 교환의 매개체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유사한 사례로, 교회의 달란트 시장이 있다. 필자는 어렸을 때, 교회에 간 적이 있다. 출석을 꾸준히 하면 1달란트, 3달란트 식으로 모형지폐를 주었는데, 한달에 한번씩 교회에서 달란트 시장을 연 적이 있다. 그 때 달란트를 가지고 가면 음식으로 바꿔 먹을 수 있었다. 즉, 모형지폐인 '달란트'는, 달란트 시장에서 '음식'으로 바꿔 먹을 수 있는 보증이었던 셈이다.


결국, 블록체인기술의 핵심은 통화 공급의 제한과 더불어 중앙통제기구의 해방이다.




제도적 안착의 가능성

하지만 비트코인이 유일 화폐로서 다가올 4차 혁명에서 모든 화폐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중앙은행의 패권 싸움(실물화폐와의 패권 싸움)

중앙 정부가 힘이 있는 것은 공권력과 더불어 중앙은행을 통한 자국의 화폐 독점권에 있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것은 그리스 부도 사태가 아닐까 싶다. EU에 가입하게 되면 각 나라는 유로화라는 화폐를 쓰게 되고, 중앙은행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유로화는 EU연합 중앙은행에서 통제하게 된다. 그리스가 부도사태에 이르게 된 것은 실질적으로 공무원의 나태라기 보단, 각국의 경제상황과 화폐 가치를 무시한 채 진행된 EU 가입 때문이다. 산업경쟁력도 없이 관광업으로만 먹고 사는 나라가 독일과 동등한 화폐를 쓰는데, 과연 수입이 많을까, 수출이 많을까. 또한 EU에 편입되면서 가격 대비 관광지로서의 매력도가 떨어지게 되었다. 대한민국만 봐도 제주도 갈 비용으로 동남아를 가지 않는가? 결국, 이러한 중앙 통제를 벗어나는 화폐를 각 나라가 놔둘리가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통제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결국 패권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2. 화폐공급 제한 - 경제성장의 원동력 상실

이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채굴량이라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아예 안 일어난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2100만으로 한정되었다는 것을 상기해보자. 채굴량이 끝까지 도달했을 때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트코인 공급이 늘지 않는다는 소리니까. 하지만 현물 생산은 계속 일어날 것이고,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근본적으로 경제성장요인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바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보증의 파괴'다. 현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경제활동을 하고, 이는 경제성장의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실물 화폐를 더 버는 것 = 현물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이 늘어나는 것 = 더 나은 삶,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원동력과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2100만이라는 한정된 채굴량만으로는 늘어나는 현물 생산량을 감당할 수가 없을뿐더러,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잃어버린다는 것과도 같은 의미다. 지금 현실의 화폐도 감당이 안돼서 끝없는 인플레이션과 화폐발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그것이 문제긴 하다.) 역으로 쪼개고 쪼개는 것으로 현물과의 교환 매개체 역할을 늘리고 있지만, 이 기술이 의미하는 바는, 가만히만 있어도 내가 보유한 돈의 가치가 오른다는 뜻이다. 


30평짜리 집이 100가구가 있고, 1비트코인에 30평짜리 집 한채 살 수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이젠 집이 500가구로 늘어났다. 그렇다면, 30평짜리 집의 가치를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비트코인 0.5에 30평짜리 집 1채를 살 수 있다고 해보자. 물론 이 거래도 비트코인이 그만한 가치를 보증해준다 약속이 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다른 사람이 그 0,5코인만큼 현물을 넘겨 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렇다면 1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1비트코인을 쓰려고 할까? 더 이상 채굴되질 않을 비트코인이므로, 앞으로는 0.1에 30평짜리 집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교환이 과연 일어날까? 결국,1코인 ,0.1코인, 0.00001코인 이런 식으로 그렇다면, 애초에 채굴해서 보유한 사람만이 이득을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러한 코인이 '현물 교환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보증이 무너지는 순간, 그냥 휴지조각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갖고 있으면 뭘하나.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갖고 있는 것만으로 현실의 내 삶이 '나아지는 것'이 없는데 말이다.




결론

블록체인기술은 분명 혁신적이나, 비트코인이 모든 화폐를 대체하는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비트코인 열풍은 결국 아랫돌 괴서 윗돌 막는 방식이다. 마치 폰지사기가 떠오른다.

비트코인에 단타로 투자를 하면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단계도, 폰지사기도 분명히 돈 버는 사람은 존재하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단타'타이밍이 '막차'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최종 후보'가 되는 순간, '더 나은 삶'이 아니라, '지옥'이 기다릴 것이다.


+ 비트코인은 가상화폐라서 각광받는 것이 아니다.

현실은 가상화폐가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드 결제나 계좌이체는 '종이 쪼가리'도 없이 종이 위에 잉크만 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