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불안, 걱정, 부정적 생각은 꼬리를 문다.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9. 8. 11:07

걱정, 불안, 부정적 생각들은 늘 꼬리에 꼬리를 물어요.
그것들은 늘 우리를 생각만 하게 만들고, 행동하지 못하게 만들죠. 주저하게 만들어요.

그래요. 우리는 우리가 가진 정보들로 최대한 미래를 예측하려고 해요. 하지만 모든 정보를 얻는 것에는 한계가 있듯이, 우리는 모든 것들을 전부 고려할 수는 없어요. 늘 개괄적으로 엉성하게 추론해놓고 사이사이를 메꿔갈 수 있을 뿐이에요. 그 사이사이가 우리의 미래지요.

그러나 우리 안에 잠복해 있는 이 불안들은 그 '사이사이'를 공포로 만들고, 이 공포를 해소시키기 위해 우리가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하도록 만들지요. 그 끊임없는 정보들은 완벽한 계획으로 돌아올 테니까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공포감은 우리가 계획을 세우게 만듦과 동시에 '어떻게 그 사이를 메꿀까?'라는 방법적 의문 대신 '과연 내가 메꿀 수는 있을까?'라는 자기 자신의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게 만들어요. 그리고 이러한 자기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대체적으로 자기 부정을 낳지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없었던 이유를 끊임없이 찾아다니게 만들어요. 그러다 만약 내가 실패하게 되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하며 나의 무수한 실패 속에서 내 선구안만큼은 성공했다는 신화를 만들어 내지요. 그로 인해 우린 실패하지 않을 만큼만 도전하게 돼요.

또한 공포감으로 세우게 된 계획들 역시 번번히 무산되고 말아요. 모든 것을 고려한 완벽한 계획은 세울 수 없으니까요. 계획은 그저 이렇게 해야 겠다 생각, 행동의 출발점, 이정표 노릇으로 그 역할을 다 한 거예요. 그리고 이따끔씩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펼쳐보는 지도로서 역할을 할 뿐이죠.

요약하자면, 우리의 이 불안, 걱정, 부정적 생각들은 연쇄작용과 자기 강화로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만들고, 자기 자신을 생각 속에 빠뜨려서 행동하지 못하게 만들어요. 우리가 유일하게 행동하는 것은 불안해소를 위한 완벽한 계획 세우기와 그 계획을 세우기 위한 끊임없는 정보 보충, 실패할 근거들 찾기 뿐이지요.

차라리 신분에 따라 미래가 정해져 버렸던 과거라면 이러한 정신적 불안감은 덜 했을까요?


위 글은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에요.
이 글을 쓰기 전에 과거에 제가 썼던 글이 문득 생각이 나더라구요. 불투명해진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는 어떤 분에게 해드렸던 그 글이요.

그 글이 떠오르게 된 것은 제가 불안하기 때문이에요.
미래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불안하더라구요. 이리저리 각을 재보고 있는데, 확실한 것은 없고, 어느 새 부정적인 근거만을 찾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기를 쓰는 내가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였어요. 문득 과거에 나름 상담해드렸던 그 글이 떠오르게 되는 것이요. '아, 내가 어느 새 그분처럼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됐구나. 어째서 그 분이 불안해 했는지 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리고선 위 글처럼 내가 생각에만 빠져 있다는 사실과 안 될 이유를 찾고 있다는 것과 불가능한 완벽한 계획 세우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불안과 걱정, 부정적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리를 끊임없이 생각의 수렁텅이로 빠뜨리지요. 인생, 방향이 중요한 것은 맞는데, 그것도 걸어봐야지 방향이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지요. 그건 마치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싸움일 뿐이지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가지고 있는 지도로 열심히 걷다보면 답이 나오겠죠.
내가 갖게 된 지도가 틀렸으면 그 때 가서 교체하면 되고, 지도가 맞으면 정말 운이 좋은 거구요. '맨 땅에 헤딩'이라는 말은 이렇게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불안한 시대에 정말 정말 쓰고 싶지 않은 단어지만, 진리이기도 해요. 어쩌겠어요. 아무 것도 안하면 실패가 확정인 상황에서 모든 것이 불확실 할 땐 그냥 불확실한 채로 시도할 수 밖에요.

p.s
태풍이 그래도 무사히 지나간 편이네요. 비와 바람 걱정이 많았는데 말이지요. 다행이에요. 여러분은 무사히 잘 보내셨는지 궁금하네요. 태풍이 오기 직전에 조금 습하고 덥긴 했지만, 이젠 전반적으로 시원해진 느낌이에요. 공기도 맑아진 느낌이구요. 겨울을 무척 좋아하지만, 그래도 활동하기 좋은 가을이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