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시끌시끌한 문케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올해의 마지막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
.....
개인적으로 문케어의 취지는 매우 좋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특히나, 치매부분에서의 지원은 정말 환자와 가족들의 입장에서 생각한 정책이라 생각한다.
돈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환자가 없어야 된다는 생각은 복지국가로의 큰 발자국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정책적으로 평가를 했을 때, 좋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아니오.'라고 답하고 싶다.
문케어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 의료보험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 현행 의료보험의 문제점
현행 의료보험의 문제점은 바로 '의료수가'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게 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했는지 조사가 시작된다. 왜냐면 무려 국민의 세금인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최대한 까다롭게 심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쓸데없는 진료를 통해 보험금을 탈 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얼마나 세금낭비를 막았는지가 핵심이다. 겉보기엔, '어, 좋은거 같은데? 국가가 나서서 사기치는지 안 치는지 보겠다는 거잖아?'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급하는 '의료수가'가 턱없이 적다는데 있다. 현행 보험은 90%정도를 보장해준다. 그리고 병원은 10%정도를 환자에게 진료비용으로 받는다. 겉보기엔 100% 보장이 되는 듯 해보이나, 앞서 말했듯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보험금 지급을 최대한 안해주는게 목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깎기 시작한다. '이렇게 진료할 수 있는데, 왜 이런 진료를 했지? MRI는 왜 찍었지? 이거 일부러 초과 진료한거 아니야?'라며 보험금을 깎아버린다. 결국 환자를 볼 때마다 병원은 적자에 쌓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의사도 경험이 쌓일수록 능숙해지는 전문직이다. 어느 의사가 딱 한번만에 환자가 어디가 문제고 어떤 진료를 내리면 정확하게 치료가 되는지 알 수 있겠는가. 환자도 천차만별이고, 희귀병도 있고, 여러 원인으로 의사들도 다각적으로 검사나 진료를 통해 환자를 치료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들에 대해서 심평원은 초과진료라는 이유로 원가를 후려치게 된다.
2. 박리다매식의 진료/비급여진료의 발생
환자를 볼 때마다 적자가 나게 된다면, 병원은 어떻게 운영을 해야 할까? 답은 2가지가 있다. 적자가 안 나는 환자들을 엄청나게 받는 것이다. 감기 같은 병들 말이다. 박리다매식으로 환자를 1~2분만에 진찰하고 처방하고 보내는 것이다. 아니면 비급여진료를 유도하여 '과잉진료'를 하거나, 피부나 미용 부분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아니면 주차장이나 장례식장 등의 보조기관을 운영하는 것이다. 즉, 본업만으로는 병원 유지가 어려우니까, 보조업무를 통해 적자를 보존하는 식으로 병원을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즉 문제의 본질은 '의료수가의 비정상'인 것이다.
이러한 의료수가 정상화를 하지 않은 채로, 급여항목을 늘린다고 한다면, 병원은 적자를 어디서 메꿔야 할까?
이 문제를 수도 없이 지적하면서 의사들이 파업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돈 밝히는 의사'라는 누명과 비난 뿐이다.
난 비난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들을 위한 근거를 아래에 제시하고자 한다.
1.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신성한 '직업'이다.
'직업'이다. 일정량의 노동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 직업이다. 환자를 진료할 수록 적자가 나는데, 그 적자폭을 더 늘리고, 그 희생을 감내하라고 하는데, 반가울 사람이 어딨는가. 의사도 엄연히 노동자이며, 국민이다.
2. 병원≠의사 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을 한다.
'의사, 죽는다고 난리쳐도, 그래도 연봉 많이 받잖아?' 지적이 잘못 됐다. 의사는 병원에서 연봉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다. 간호사도 마찬가지다. '의료수가로 인한 적자'는 병원의 빚으로 남게 된다. 병원의 적자가 쌓이면 병원이 문을 닫게 되고, 그렇다면 거기서 일하는 의사자 짤리게 된다. 회사가 문을 닫는데, 노동자라고 멀쩡할까? 개인병원도 마찬가지다. 개인병원은 의사가 곧 경영자이기 때문에 병원이 망하면, 의사도 망하는 것이다.
3. 병원 적자 심화는 의료의 질을 낮추게 된다.
지금도 박리다매, 비급여 진료 유도, 과잉진료가 일어나고 있다. 물론, 이것은 명백히 문제점(필자는 현재 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허위부당청구, 대리처방/수술을 옹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엄연한 불법으로서 처벌받아야 한다.)이지만, 어째서 이들이 이렇게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지 근본원인을 먼저 파악하고, 제거하는게 우선이 아닐까? 마치 아이들을 굶겨놓고, 배고파서 빵을 훔쳤더니, 훔쳤으니 감옥으로 보내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도 이런 마당에 급여항목만을 늘려 버린다면 과연 병원은 어떻게 운영을 하게 될까? 원가절감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2번 소독할 것을 1번하고, 사람 2명 쓸 것을 1명 쓰는 식으로 줄일 수 있는 방향을 다해서 줄일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온다.
4. 의사,병원의 쏠림 현상
외과나 흉부외과, 내과 같은 의사들은 진료를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기 쉽다. 단순한 감기 같은 잔병이 아니기에, 진단을 하기 위해서 다각적인 분석과 시도를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결과 적자가 쌓이고, 중형병원은 단순 진료만을 선호하게 되고, 개인이 운영하는 소형병원은 비급여인 미용, 피부, 성형 등으로 의사가 쏠리게 될 수 밖에 없다. 대형병원은 어쩔 수 없이 운영하겠지만, 의료 대기시간은 길어지고, 진찰시간은 짧아질 것이다. 이는 매우 큰 문제다. 특정 전문분야에서 대를 인재가 사라진다는 것은 여태껏 쌓아왔던 모든 기술과 연구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최악의 경우, 한국에서 의사가 없어서 수술을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가 있다. (국가에서 지원해주고 이런저런 정책을 내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면할 수는 있을 것이다.)
결국 문케어에 대해서 파업을 진행하는 의사들을 향한 맹비난은, 우리가 좀 더 값싸고 편하게 살기 위해서 너네들이 희생해라고 종용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것이 진정 민주주의 시민의 자세인가? 나의 이득을 위해서 상대적으로 소수인 타인보고 희생을 종용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이상한 윤리의식에 사로 잡혀 있다.
'국민을 위한 봉사정신'이니까, 공무원은 월급 무조건 적게 주고, 싸게 부려 먹어야 한다고 말하고, '생명을 다루는 고귀한 정신'이니까, 의사는 돈을 밝히면 안된다고 말한다. 의사가 돈을 밝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환자에 대한 차별과 '돈'으로 인한 의료적 살인의 가능성에 대한 경계를 위함이다. 이상하리만치 '돈=불순함'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신성한 직업의식에 돈이 끼어들면 안된다며, '열정페이', '무료 봉사'를 주장한다. 사람을 '정신'으로 후려친다.
자본주의 사회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답게, '고귀한 직업'일수록 그에 합당하게 '돈'과 '명예'를 대우해줘야 한다. 기업들에게 '정당한 임금',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임금'을 요구하는 이들이 어쩜 그렇게 의사들에게는 야박하게 구는지 이해가 안 갈 뿐이다. 그들이 '평균적으로 연봉을 많이 받는 것'은 상관없다. 부자들이 군대를 갈 때, 부자라고 해서 총기류를 따로 사서 가라고 하지 않는다.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서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만큼 일하고, 그 능력만큼 합당한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의사들은 많이 버는 만큼, 세금을 많이 냄으로써 납세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탈세자는 범법자로 예외로 한다. 논의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많이 번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문케어가 의료수가를 정상화하고, 현 심사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진정한 정책으로 거듭나리라 생각한다.
'기록보존실 > 잡념들-생각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천공항 정규직화 - 기회균등을 원하지만, 차별을 원하는 그대 + 첨언 (0) | 2017.12.26 |
---|---|
최저임금 인상과 무인화 시스템 도입, 문제의 본질은 문어발 경영 (1) | 2017.12.26 |
블록체인기술은 혁신적이나 제도적 안착은 요원하다 (3) | 2017.12.13 |
사회운동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3) | 2017.12.04 |
대화의 본질과 SNS의 익명성 (0) | 2017.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