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루즈해져 가는 인생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6. 16. 14:17

나이를 먹어가며 인생이 루즈해지는 것은 인생이 극적으로 변화할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이를 먹으니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도전정신이나 패기가 사라져서 그렇다는 그저그런 소리가 아니다.

어떤 이는 말년에 이르러서야 잠재력이 폭발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중년에 들어 능력이 만개하기도 한다지만, 그것은 소수일 뿐이며, 대다수 범인들의 삶은 그러지 못하다.

지나온 세월만큼 삶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삶의 변화가 살아오던 것 이상으로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이 지닌 능력의 한계를 알게 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기에 막연하게 꿈꿀 수 있었고, 능력의 한계를 몰랐기에 갈망했던 젊은 날의 욕망들은 극적인 변화에 대해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인생이 변할지도 모를거란 막연한 기대감과 갈망하는 욕망들은 원동력이 되어 삶 자체를 끌어 당긴다.

그러나 앞으로 변화할 일이, 만루 역전 홈런이 터질 일이 없으며 죽을 때까지 살아온대로 살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그 삶은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지나온 삶을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미 다 본 비디오처럼.

새롭게 도전해보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도전이 그 자체가 아니라 앞날에 대한 기대감이다.

앞날에 대한 기대 때문에 다소 힘들더라도 새로이 도전하려 드는 것이지, 도전하기 위해 도전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과는 달리 오히려 나를 알고, 세상을 알기에 기대감을 갖지 않게 되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인생이 루즈해지는 것은 거의 필연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막연하게 도전하기 어려운 시절엔 더더욱.

'기록보존실 > 잡념들-생각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돈 쓰는 법과 돈 버는 법  (0) 2021.06.21
생(生)  (0) 2021.06.19
돼지와 소크라테스 그 사이  (0) 2021.06.13
가치  (0) 2021.06.13
의대,약대 40%, 지역인재 할당제에 대한 생각 마무리  (0) 2021.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