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9. 29. 00:23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살아가다보면 꼭 내 주변 뿐만이 아니라, 어찌 저찌 소식이 들려오던 이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없다. 그들도 저마다의 직업에 종사하며 사회의 부품으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터지만, 그냥 나와의 연결고리가 사라진달까, 사회 속에 묻힌 달까 그렇다.

그냥 사람 하나 하나가 부품화되어 사회라는 바다 속에 풍덩 빠져 버리는 것 같다. 물은 저마다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바다에 섞이면 바닷물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부품은 부품으로서 역할을 다하면 될 뿐이지, 다른 부품이 뭐하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나.

그러고 보면 어린 시절 진로나 적성 검사를 하는 것도, 좋게 말하면 나 자신의 장점을 찾는 것이지만 결국 사회에서 어느 부품으로서 적합할 것인지 따져 보는 것 아닌가.

사회에 잘 맞는 우수한 부품이 되면 부품으로서 교체되기 전까지 잘 지낼 것이고, 적합하지 않는 부품이 되면 무리해서 삐걱거리다 고장난 채로 버려질 것이다. 그래서 다들 사회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들어가나보다.

일본에는 엔키리시라는 사회적 자살이 있다.
자기자신이 부끄러워서 사회적으로 증발해버리는 것이다. 신분 증명서도 바꾸고, 주소도 바꾸고, 이름도 바꾼 채, 훌쩍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행정적인 이유로 이것이 불가능하다. 주민등록증이 있고, 주소도 파악되어 있으며, 이것이 명확하지 않으면 취업에서부터 금융활동 그리고 거래까지 사회적 활동을 전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는 엔키리시라는 사회적 자살이 구체적 형태로 따로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에도 사회적 자살은 존재하는 듯하다.

사실상 지금 대한민국의 저출산이 사회적 자살의 연장선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어지는 목숨, 산다면 사는 것이지만.... 최소한의 생존인 셈이다. 그저 묵묵히 사회 어느 곳에서 부품노릇만 간신히 하면서 보이지 않는 이들이 중 하나가 되어 가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국민이란, 평균이란, 무엇을 뜻할까.
이 나이대에 이정도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지. 이 나이대 월급은 이정도 되어야지. 직업은 이정도 되어야지...

어떤 보이지 않는 선들이 평균으로 존재하고 이 평균선에 미치지 못한 이들은 평균 미달로서 존재치 않는 이들이 된다. 그냥 사회를 구성하는 부품1이라고나 할까.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젠 이런 것을 따지지 않게 된다. 어찌됐든 평균이라는 것은 사회적 계급적 차이가 존재하는 이상 존재할 수 밖에 없고, 평균 이상이 있으면, 평균 이하도 있을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너나 나나 부품에 다를 바 없으며 나만 내 역할에 맞는 부품으로 열심히 살아가면 되지, 다른 부품이 사회적으로 어찌 돌아가는지 알게 뭔가. 구분짓는 것도 귀찮고 그냥 서로에 관심이 줄어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평균으로 줄세우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 줄세우기에서 평균이라는 선에 미달된 자들은 눈에 띄지 않게 되는 것이다. 대체 그 평균이 무어냐고 묻고 싶지만, 그 평균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공유되어 존재하는 것으로서 대한민국 국민과 투명인간으로 나눈다. 조용히 묻혀 가는 것이다. 문득 대한민국에 고독사가 늘어가고 있다는 기사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어디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나처럼 사회 부품1이 되어 이 사회에 어딘가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