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사실은 객관적 사실을 나타낼 뿐, 차별의 문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예를 들어보자.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근육이 적어서 힘이 약하다.'는 주장이 있다고 하자.
해당 주장은, 과학자들이 '남성 호르몬이 여성 호르몬보다 근육발달에 더 큰 기여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남성들이 근육을 키우는데 유리합니다. 근육이 커질수록 근력 또한 커집니다.' 라고 말했던 것을 근거로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많은 이들이 '대체적으로 맞다.'라고 말할 것이다. 분명히 어떤 이들은 '아니다. 여성 운동선수들이나 여성 보디빌더도 많고, 이들은 어지간한 남성들보다 힘이 쎄다.'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운동했다'는 외부변수가 달라진 경우로 결과도 당연히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과학은 통제된 변수하에서 성별에 따른 호르몬에 대한 작용, 근육의 크기와 근력에 대한 상관관계를 이야기할 뿐이다.
분명히 '운동했다'라는 외부변수 - 예외적인 경우는 있을 수가 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맞다고 할 뿐, 저것이 절대적인 진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은 인간이 다 헤아릴 수 없는 정도의 수 많은 외부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얼마든지 예외적인 경우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들은 연구결과에 의구심을 갖고서, 통제된 변수 하에서 나온 연구결과가 현실적으로 올바르 결과가 아니며, 더 나아가 이러한 연구결과는 차별을 조장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과학적 결과는 관찰과 연구를 통한 인과관계를 설명할 뿐이며, 이것에는 근력 상관관계에 따른 어떠한 차별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과학적 연구는 현실 속의 수많은 변수 중에서 유의미한 변수를 골라 어떻게 작용하게 되는지 파악하는데 목적이 있다. 문제는 이 결과를 그럴듯한 개소리로 차별을 합리화하기 위한 근거로 써먹는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위처럼 연구 결과 자체를 매도하게 된다는 점이다.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근육이 적어서 힘이 약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예외적인 상황은 늘 존재하므로 건설현장에서 남녀 모두 지원할 기회를 주겠습니다.' 와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근육이 적어서 힘이 약하다는 결론이 나왔으므로, 여성들이 건설현장에 지원할 자격을 박탈하고, 얼씬도 못하게 하겠습니다.'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중요한 것은 기회를 제공했느냐 제공하지 않았느냐의 차이다. 그 차이는 연구결과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고용주나 감독자의 사고의식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단지 저러한 주장에 대한 뒷받침으로 연구결과를 가져다 쓴 것 뿐이다.
어떤 문제를 풀고자 할 때, 효율성은 한정된 자원 하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므로, 저런 과학적 연구결과가 중요한 지표로 사용된다. 과학적 연구결과는 탐구,관찰에 의해 생겨난 것이고, 그것을 활용하는 것은 효율성에 의한 결과일 뿐이다. 연구결과와 그것을 활용하는 방식(차별)은 분명히 다른 층위의 영역이다. 우리는 저런 주장을 하는, 활용방식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야지, 연구결과 자체를 불신하거나 매도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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