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서 겨울이 코끝에 내린다는 생각이 들 무렵이면 그대 생각이 난다.
추운 겨울 날 밤, 그대와 난 갈 곳이 마땅치 않아, 까페에서 두어시간 보드게임만 한 채 헤어졌다. 그 땐, 마냥 그대와 있는 것이 좋았다. 왔다갔다하는 시간과 비슷한 정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대를 보러 간다는 사실에 두근 거렸다. 겨울이라는 추위가 오히려 내 마음을 더욱 봄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난 눈을 좋아한다.
그녀는 눈을 싫어했다. 정확히는 눈 내린 후 거리를 싫어했다.
어느 날, 그녀와 난 눈 내리는 거리를 하염없이 걸었다.
어두워지고, 춥고, 긴 거리를 그렇게 걸었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겨울의 찬바람이 나를 스칠 무렵이면 그 때가 생각난다. 그 때 그 고생을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아릿하면서도 따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마음 한 켠에 담아두었던 그 날은 이렇듯 회상되곤 한다. 나는 그녀를 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겨울은 여전히 내 추억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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