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어요.
꿈 속에서는 당신의 손을 꼭 잡은 채 도망쳤어요. 이번엔 놓치기 싫다는 듯이 말이죠.
이상한 꿈이었지요. 별로 친하지도 않았고, 몇 마디 대화조차도 나누지 않았던 친구들이 문득 악역으로 등장하고, 우린 그들로부터 돈을 뺏기지 않기 위해 도망쳤어요. 고물을 팔아, 큰 돈을 버는 꿈이었는데, 당신에게 신나게 설명하던 도중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그래요. 단지 개꿈일 수도 있지요.
아니, 개꿈이라 생각해요. 이것에 특별한 의미가 있진 않겠죠. 하지만 나의 설명을 주의깊게 듣던 당신의 표정이 너무나도 생생해서, 그리고 당신의 손을 꽉 쥐고 도망치는 모습이 떠올라서, 그냥 생각해보는 거죠. 딱히 생각한 것도 아니고,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꿈에 나타난 것을요.
당신은 제가 해주는 몇몇 이야기들을 정말 신기하다는 듯이 들어주었어요.
'이런 건 어디서 배워온 것이지?' 하는 신기한 눈빛으로 절 바라보곤 했죠. 그 연노랑의 갈색빛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서 바라보던 당신이 생각나네요. 그게 퍽이나 인상 깊었나봐요. 실제로 당신 저에게 "넌 이런거 어디서 배웠어?'라고 묻기도 했죠. 그냥 살다보니까 어찌어찌 잡지식이 쌓인 것 뿐인데 말이죠.
하지만 세월은 고등학교 시절의 우리를 바꾸어 놓았죠.
우린 좀 더 사회에 물들었고, 생각도 많이 바뀌었으며, 많이 조심스러워졌지요. 서툴렀던 우리는 한순간의 실수로 멀어졌지요. 그래서였을까요. 문득 꾸게 된 꿈 속에선 제가 당신의 손을 꽉 쥐었던 이유 말이에요.
왜 하필? 이라는 단어로 구태여 분석해봐도 나오지 않을 답이에요.
왜라는 분석 대신에 '이런 것은 아닐까' 하고 의미부여하는 것은 스스로가 하는 법이지요.
솔직히 말해서 아쉽냐고 묻는다면 '네'라고 답할래요.
꿈은 역시 꿈일 뿐이에요.
이대로 덮어 놓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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