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해가 빨리 집니다.
본격적인 가을이 온다는 것이겠지요.
계절은 어느 순간 다가와서 어느 순간 흘러가버리고 맙니다.
....어쩌면 비가 와서 해가 빨리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오늘은 비가 내렸습니다.
예전에 이 티스토리에 썼듯이 가을을 알리는 가을비라고 생각합니다. 날씨는 좀 더 쌀쌀해졌고, 이젠 긴팔을 입는 사람들도 종종 보이기 시작합니다. 분명 이 쌀쌀함은 가을을 알리는 것인데도 저는 어느새 겨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빠르게 해가 저무는 것은 저에게 있어 겨울을 알리는 것과도 같습니다.
시간은 저녁 6시를 가리키는데, 밤은 깜깜하고, 그와 대조적으로 형광등으로 밝게 빛나는 방은 마치 차가운 밤을 몰아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거든요. 겨울이 늘 그렇습니다만, 오늘은 비가 와서 유독 해가 빠르게 떠나고, 밤이 그 자리를 머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름엔 비가 내려도 밤이 빠르게 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여름 비가 오는 날에도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가득차지만, 공기중에는 빛이 머무르는 느낌인지라 환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똑같이 비가 내리더라도, 밞음이 머무는 날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 글도 잠시, 가을비가 그치고 나면 어느 새 우리는 한파 속에서 꽁꽁 싸매고 있겠지요.
겨울 바람은 충분히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그만큼 사람의 온기를 느끼게 해줍니다.
차가운 밤을 피할 곳이 있어, 온기를 느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 같습니다.
날씨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많은 이들의 아우성이 바람을 타고 와 귀기울이게 할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어째서? , 왜 나만? 이라는 생각에 휩쓸릴지도 모릅니다. 죄 짓고 살아가는 것도 없이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어째서 이런 일이 나에게 닥치느냐며 신에게 항변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에게는, 우리들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그저 환경이 변화했을 뿐이고, 우리는 갈대처럼 그 환경에 휘둘렸을 뿐입니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겨울은 더욱 가혹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번 겨울도 이겨낼 것이고, 내년 봄도 분명히 올 것입니다.
분명 시작은 날씨에 관한 소식이었을 뿐인데, 어느 샌가 겨울을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합니다. 가을비 내리는 밤인지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겨울은 더욱 힘들거라는 제 생각이 부디 기우였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편지글은 왠지 지례짐작으로 비관적인것 같기도 하고, 슬픈 기분도 조금 듭니다.
부정적인 생각은 불안감과 두려움을 가져오고, 삶마저 갉아먹습니다.
그러나 늘 그래왔듯이 이겨내리라는 희망을 봅니다.
다음 편지글은 부디 행복한 겨울을 맞이하는 글이길 바라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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