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기억하려고 애쓴다는 것.
기억하려는 의지와 행위는 망각으로부터 끝없이 도망치려는 혹은 맞서 싸우는 행위다.
유형의 것들은 소유하고 있으면 그만이지만, 무형의 것들은 기록이라도 해야 그나마 보존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보전조차도 언어능력상의 한계와 해당 기억의 미화, 왜곡으로 인한 불완전한 보존일 뿐이다.
여튼 간에 이러한 잊지 않으려 애쓰는 나에게서 메모의 강박이나 사소한 것의 집착이 느껴질 때면 나는 오래전에 잊고 있었던 것을 기억해내곤 한다. 당시엔 소중하게 여겼지만 어느 순간 잊고 지냈던 것들의 파편들을 말이다. 그리고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당시에 소중하다 여겼지만, 그것을 잊고 지내는 동안 네 삶에 어떤 영향이 있었나?"
"내가 현재 기억하려 하거나 소유하려는 것들도 잊고 지냈던 지난날의 소중한 것들과 마찬가지 아닌가?"
와 같은 질문들.
그렇게 질문을 던지고 나면 지금 나의 이러한 행위들이 집착에 불과할 뿐이며,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한 때 그치고 말 것들이며, 이러한 '한 때'라는 것을 흐름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을 마음에 새긴다.
그러나 속절없이 놔버리긴 싫다.
원래 삶이라는 것은 집착이며, 발버둥치는 것인거늘.
의지도, 열정도, 아무것도 없이 삶을 포기한 사람마냥 더 흘려보내며 살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짐정리를 하다 아까워 버리지 못해서 정리를 끝내지 못하는 것처럼 필요이상으로 모든 것을 짊어지는 것은 결국 짐일 뿐이다.
덜어내고 좀 더 담백하게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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