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360

불안감 - 부에 따른 계급의 분화

'광에서 인심난다', '부유할수록 심적 여유가 있다'는 말은 자신이 지닌 부에 대한 자신감 - 자신의 부의 계급이 절대 추락할리 없다는 그 자신감에서 기인한 여유가 아닐까 한다. 반대로 말하면, 제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사람은 인심이 야박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계급이 하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것이 사회적 권력에 기인힌 계급이든, 부에 기인한 재산적 계급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계급이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계급의 불안정성이 경쟁을 통한 끝없는 발전과 번영을 가져다 준 대가로 인류는 죽을 때까지 경쟁 속에서 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믿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다니게 되었다. 그것은 누군가에겐 신이고, 누군가에게 부이며, 누군가에겐 절대적 권력..

도전

나이를 먹으면 도전이 두렵다. 젊을 때 도전해봐라. 어릴 땐, 젊다고 해서 도전이 안 두려운 것도 아니고, 도전해서 실패했을 때 대신 책임져 줄 것도 아니면서, 참으로 무책임하고 꼰대 같은 말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 먹으니 저 말을 조금 이해할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의 무게 때문에 도전하는게 어려워진다. 대한민국은 어린 나이에 참으로 관대해서 실수를 해도 '어리니까. 젊으니까. 그럴 수도 있지.'라며 젊음의 특권으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이먹은 사람의 실수에는 관대하지 않다. 오히려 엄격한 자격을 요구하며,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 실패하면 이젠 도전의 기회 조차 없어질까봐 머뭇거리며 늘 각을 재게 된다.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하면서. 물론 감..

대화

대화는 이해의 과정이지만 오해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 당신 앞에선 입을 다물곤 합니다. 당신의 신경질적인 태도와 화가 난 모습에선 어떤 말도 이해의 과정을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방적인 감정의 해소만 있을뿐. 말을 해봐야 오해만 깊어질 뿐입니다. "말을 해야 알지!"하며 당신은 답답해하지만, 당신의 말 한 마디가, 태도가 입을 다물게 만듭니다. 입을 열어도 당신에게 그것은 핑계며, 변명일 뿐입니다. ..... 대화는 대등한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대등한 관계에서 시작되어야 이해가 이루어집니다. 감정이 격해졌을 땐 입을 다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당신도. 나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것.

어느 새부턴가 평범한 것이란 평범하지 못한 걸 의미하게 된 이 때, 대한민국의 평범한 삶이란 허들은 너무나도 높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선 평범한 삶을 살아야 대한민국의 어엿한 국민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한 명의 국민으로 살아가기란 너무나도 어렵다. 대한민국에서 국민이란 최소 수도권을 살아가는 중산층을 일컫는다. 우선 지방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되지 못한다. 여기서 지방이란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곳으로서, 광역시 정도는 그래도 도시가 아니냐고 의문을 할테지만 광역시는 다른 시,도에 비해 좀 더 친밀한 느낌의 인접국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대중매체와 중앙 정부, 그리고 정부를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지방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그냥 지방이라는 딴 나라에서 발생하는 일일 뿐이다. 수도권에서 지방에 ..

믿음

우린 종종 믿는다는 말로 어떤 상황을 그냥 지나치곤 한다. 과연 믿는다는 말로 넘어가는 것이 진정 믿는 것일까. 확인의 두려움을 애써 넘기는 것은 아닐까. 혹은 확인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귀찮아서 게으름 피우는 것은 아닐까. 믿을수록 우린 확인해야만 한다. 의심이라는 마음이 티끌조차 일렁이지 않도록. 우리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우리가 믿는 결론이 현실인지 확인해야만 한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두려움과 의심을 만들어 낸다. 의심은 끝내 관계의 끝을 가져온다. 믿는다는 것은 명확해야만 한다.

줄어드는 인간관계과 삶의 지루함

어렸을 땐 뭐가 그리 좋았던 것일까. 사회인이 된다고 삶이 크게 변화한 것도 아닌데. 카페를 가든, 영화를 보든, 컴퓨터를 하든, 남는 시간은 늘 보내던대로 보낸다. 특별하게 달라지는 건 없다. 그냥 가던 곳들이 좀 더 좋아졌다거나 씀씀이가 조금 커진 것 외엔. 내일 일해야 하기에 좀 더 일찍 잠자리에 든다거나 만나는 사람이 줄어들었다는 것 정도. 시간을 보내는 건 똑같은데 대학생 시절은 왜 그리 즐거웠던 것일까. 아마 대학생 시절이 즐거웠던 까닭은 언제든지 연락해서 볼 수 있었던 지인들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똑같은 활동이라도 한명보단 둘이, 둘보단 셋, 넷이 더 즐거운 법이니까. 취업하면서 한 번.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한 번. 아이를 낳고 가족을 꾸리면서 한 번. 이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지낼..

소심과 야만성

어렸을 땐, 수틀리면 '한번 붙어보겠다', 선을 넘으면 '한 대 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곤 했다. 상황 판단보다 내 감정이 좀 더 앞섰고, 조금은 전투적이었다. 나이를 먹으니 소심해졌다. 마치 '애도 아니고, 주먹을 뻗는 게 유치하고, 싸우는 것은 귀찮고, 어른이 되었으니 자제해야겠다.' 라는 그런 겸허한 마음으로 참는 것이 아니다. 그냥 손해가 두려워서 감정 해소보단 잃을 것이, 걱정이 앞서 생각나서 소심해졌다. 나도 모르는 새 두려워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나이에 따른 육체적 쇠락에 의한 것이 아니다. 과거에 육체를 믿고 과시할만큼 육체가 대단한 것도 아니었고. 애써 포장하면, 성격이 유해졌다고 말하지만 유해진 게 아니라 야만성을 잃고 겁쟁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어느 누군가는 문명인이라면 야만성이 ..

싫음 말고 정신

우린 '싫어? 싫음 말고.' 정신을 가져야 한다. 약간의 뻔뻔함을 가져야 한다. 낯짝이 두껍다는 말이 별로 좋은 소리가 아닐 지라도, 세상을 살아가려면 좋게 말해, 넉살이 좋아야 한다. 주관이 없으면 휘둘리기 쉽다. 타인에게 맞춰주기만 하면 관계 형성이 편안해질지언정 결코 누군가에게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 백날 잘해줘봐야 한번 화내면 바로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처럼. 이것은 오래 전부터 필자가 말해오던 자존감과도 연관되어 있다. 스스로를 좀 더 존중하고, 본인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귀기울여서 그것을 당당하게 표현하거나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어느 쪽으로 결과를 가져오든 간에. 물론 이러한 사고방식이나 행동들은 바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지했다고 바로 고칠 수 있으면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

인생의 부표가 되는 강렬한 경험들

강렬한 경험들은 삶의 부표로 남게 된다. 삶은 선형으로 이루어지지만, 강렬했던 경험들은 점형으로 드문드문 일어난다. 그리고 그 짧지만 강렬한 경험들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남아 사람 자체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격을 만들어 내며, 인생의 부표가 되어 앞날의 삶까지도 영향을 끼친다. 강렬했던 기억들은 삶을 고착화한다. 그것이 인생에 좋은 부표일지 나쁜 부표일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기에 타인이 한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삶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 사람에게 있어서 또 다른 인생의 부표가 될 정도로 커다란 충격이나 느낌을 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과연 나는 인생의 어떤 부표를 가지고 있으며, 또 누군가에게 어떤 부표가 되었을까.

다양한 군상들이 모인 영화나 드라마들

- 이건 하나의 불평에 가깝고, 개인의 생각일 뿐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재미는 현실에 있는 다양한 군상들이 담긴 인물들을 통해 사건을 보여줌으로써 현실감을 재현하는데서 온다고 생각한다. 같은 상황, 각자의 입장, 각기 다른 반응.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는 평면적이고 이분법적 캐릭터로 영상을 만들지 않는다. 매 번의 상황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며, 반응이 다르다. 판에 박힌듯 평면적이고 이분법적 인물들만 등장하길 원한다면 유아용 동화책을 추천드린다. 선민의식에 빠져서 모든 문화적 컨텐츠들을 검열하려는 이들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p.s 좀 더 쎄게 말하자면, 그들의 목적은 검열을 통한 우월감 충족에 있을 뿐 진정 사회나 문화를 위한다 보기 어렵다. 그들은 직접 컨텐츠를 생산할 생각은..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살아가다보면 꼭 내 주변 뿐만이 아니라, 어찌 저찌 소식이 들려오던 이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없다. 그들도 저마다의 직업에 종사하며 사회의 부품으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터지만, 그냥 나와의 연결고리가 사라진달까, 사회 속에 묻힌 달까 그렇다. 그냥 사람 하나 하나가 부품화되어 사회라는 바다 속에 풍덩 빠져 버리는 것 같다. 물은 저마다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바다에 섞이면 바닷물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부품은 부품으로서 역할을 다하면 될 뿐이지, 다른 부품이 뭐하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나. 그러고 보면 어린 시절 진로나 적성 검사를 하는 것도, 좋게 말하면 나 자신의 장점을 찾는 것이지만 결국 사회에서 어느 부품으로서 적합할 것인지 따져 보는 것 아닌가. 사회에 잘 맞는..

소시오패스를 권장하는 사회

어쩌다 pd수첩의 연예인들의 부동산 투자에 관한 영상을 보며, 그들의 행태에 대해 법적으로 뭐라할 수는 없지만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지 않나 성토하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이에 든 의문은 자신이 지닌 가치와 자산, 그리고 법적 분석과 빠른 정보를 통해 발빠르게 투자하는 것이 과연 '나쁜' 것인가? 였다. 우리는 왜 모든 것을 도덕적 옳고 그름으로 따지려 드는가. 모든 거래의 협상의 기본은 자신의 강점을 세우고, 상대방의 약점을 붙잡고 흥정하는 것이다. 상대의 손해가 나의 이익으로 돌아오는 판단에서 도덕적 잣대가 들어갈 이유가 없다. 다만 당사자들의 상황이나 처지를 개인적으로 이해해주거나 참작해줄 순 있다. 그냥 인간적으로. 그러나 그것은 개개인의 성격, 인간미, 감정과 관련된 것이지, 사회에서 말하는 ..

선하다는 것

선함은 오직 의도로만 판명되어야 한다. 의도만이 선을 판별하는 잣대다. 그렇다면 그 '선이라 불리는 의도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평생을 착한 척을 한 악한 인간이 있다면, 그건 선한 인간이다.' 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건 선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건 착한 척을 평생한 악인일 뿐이다. 착한 척을 한, 겉으로 드러나진 행위로 선함을 판별하는 것은 오직 결과로만 선을 판별하는 것과 같은 것이고, 이는 결국 그 과정에 대한 무시로 이어진다. (물론 우린 물리적 한계 때문에 오직 행위를 통해서만 상대방의 의도를 추측할 수 있고, 인간을 판단한다.) 만약 어린 아이가 다친 환자를 도우려다 더 크게 다치게 만들었다면, 그것은 나쁜 것인가?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끝까지..

프랜차이즈 공화국 : 자영업 지옥

자영업의 핵심은 가성비다. 적절한 가격과 가격에 맞는 품질. 가성비를 올리는 방법은 2가지다. 1. 가격을 낮추거나 2. 품질을 높이거나 그런데 개인 자영업자들은 품질에서 승부보기 어렵다. 프랜차이즈가 발달한 한국은 음식이 상당히 상향 평준화 되었기 때문이다. 상권분석, 맛과 서비스, 노동강도와 조리시간, 회전율까지도 고려한 전문가들의 비법으로 인해 품질이 상당히 상향 평준화 되었다. 고로 승부를 걸려면 가격을 낮춰야 한다. 그러나 음식 재료를 줄일 순 없으니 마진을 줄이는 대신 박리다매식으로 가거나 본인이 직접 조리를 하는 과정을 늘려서 비용을 낮춰야만 한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식당은 메인 음식부터 재료 하나하나, 소스까지도 다 납품받아서 판매한다. 극단적으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에서 하는 것이 뭐..

멋진 신세계의 도래

영상 매체의 플랫폼 산업의 발달은 누구나 생산자가 되고 누구나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자유를 가져다 주었지만, 하루에도 수 만 건씩 쏟아지는 영상매체들은 무분별한 정보 제공, 선동, 왜곡, 무비판적 추종자들에 의한 비전문가의 영향력 확대, 편식적인 정보섭취 등 수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오로지 수익만을 좆는 이들이 넘쳐나고, 이들은 관심과 이목집중을 얻기 위해 자극적 선동과 왜곡을 일삼고 있으며, 전문적 지식없이 뇌피셜을 아님 말고 식으로 내뱉으며 모든 책임을 사회에 떠넘기고 있다. 덕분에 사회는 전문가들의 말보다 더 자주 접한 사람의 말들에 휘둘리는 이들로 인해 의미없는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언론이 제 4의 권력이라는 말처럼 일부 방송국의 전유물로 남아있던 것이 좋은 것일까. 아니면 이런 부작용들..

돈 : 갈망의 시대

빈부격차가 눈에 띄도록 커져가는 이 때 지금 시대는 그 어떤 시대보다도 돈을 갈망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월급은 오르지 않는다. 실물 자산은 계속 오른다. 노동의 가치와 화폐가치는 갈수록 떨어지는데, 실물 자산의 가치는 오르고만 있다. 월급만으로 살아가기 힘든 이 때, 돈의 영향력은 너무나도 커져 버렸고, 사람들은 돈이 인간관계를, 시간을, 경험을, 계급을 결정짓기에 이르렀다는 것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 돈이 인간관계를 직접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러나 돈은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는 장을 제공해준다. 돈이 경험 자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돈은 경험하기 위한 비용을 지불해준다. 돈이 시간 그 자체를 늘려주진 않는다. 그러나 돈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줄여준다. 돈이 계급을 결정짓지는 않는다. 그러나..

생(生) 2

오늘도 한 생명이 죽어간다. 파리는 죽음의 냄새를 맡은 듯 이 어린 생명체를 향해 달라든다. 힘없이 꺼져가는 생명체는 이 죽음의 기운에 저항할 힘도 없다. 무릇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것이 순리라지만, 어린 것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 충분히 괴롭다. 엄습하는 파리들을 내쫓으며 이 생명체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곁에 있어주는 것이 해줄 수 있는 전부다. 최선을 다했음에 나머지 결과는 하늘의 순리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겠지만서도, 죽음 앞에서 미쳐 최선을 다하지 못했음에 후회가 남아 괴롭다. 기회는 되돌릴 수 없다. 이 괴로움이 스스로에게 내리는 벌이다.

핵심은 자본 소득 시스템의 구축

기술이 발전하고 생산성이 증대될수록 노동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렇기에 노동 소득 중심의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 아니라 자본 소득 중심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날, 불로소득이니 투기니 하며 매도하고 욕하던 그 시스템 말이다. 돈을 버는 방법은 대게 2가지다. 하나는 능력을 갈고 닦아 노동에 따른 소득을 증대시키는 방법이고, 하나는 노동이 아닌 주어진 자본을 가지고 수익을 증대시키는 방법이다. 전자는 대부분 월급이나 사업, 경영 등을 통해 이뤄지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향하는 방법이자 기초 자산 형성에 원천이 되는 부분이다. 후자는 과거 불로소득이니, 투기니 하며 사람들이 백안시 하던 것으로서, 가장 단순하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에서부터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에 투자..

각자의 인생

.....결국 각자의 인생을 걸어간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 하나만 결정할 수 있으니, 우리의 인생 내에서 엮이는 다른 인생의 부분들만으로도 벅찬 것이다. 그래서 우린 타인에게 무관심한 각자의 인생을 걸어갈 수 밖에 없으며, 그렇기에 일생에 단 한 명만의 반려자를 맞이한다. 단 한 자리만이 여유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시간적이든, 경제적이든, 정신적이든 무엇이든 간에. 어쩌면 그것은 이 힘든 세상 홀로 서기 힘드니 둘이서 하나되어 헤쳐 나가기 위함인 것일지도 모른다. p.s 흔히 부부는 0촌이라고들 한다. 숫자가 0일만큼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헤어지면 혈연적 연결점이 없는 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채우기와 비우기

달이 차오르고 지듯이. 나이에 따라 체력이 정점에 이르다 노쇠하듯이. 채워야 비워낼 수 있고,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며 짊어졌지만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갈 순 없으니 버릴 건 버려야만 한다. 난 지금 비워내야만 하는 상황에 와 있다. 난 늘 뭐하나 확실히 버리지 못한 채 살았다. 그건 회피이자 도피였다. 이젠 두 손 가득 넘치는 것들을 내려놓는다. 잃지 않으려 아등바등 했던 지난 날의 모든 것과 함께. ....무의미한 노력은 없다. 없다고 믿고 싶다. 그 노력들은 그저 하나의 흐름이었다고, 그렇게 믿어야 한다. 무의미하다 생각하는 순간부터 정말 무의미한 것이 될 것이기에. 어떠한 결과가 있어야만 노력에 의미가 있다 한다면, 노력의 가치는 수단 그 이상이 절대로 될 수 없고, 노력..

순간

어느샌가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다니는 게 시릴 무렵이었다. 산허리를 감싸 안으며 내려오던 어둠은 생각보다 빠르게 내려왔다. 오후라 하기엔 빛이 조금 모자랐고. 밤이라 하기엔 어둠이 미처 내려앉지 않은. 낙하하는 밤과 낮게 깔린 빛이 사라지는 저녁 무렵. 나는 하릴없이 걷고 있었다. 겨울 밤은 강풍 속을 헤쳐가는 늑대처럼 빠르게 나를 따라잡더니 이윽고 내 주머니 속을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이 겨울 밤을 언제부터 싫어하게 됐을까. 나에게 있어 차가운 겨울밤은 낭만의 계절이었다. 좁아터진 방바닥에 앉아 겨울 영화를 보면서 같이 먹던 음식도. 같이 산책을 하며 보던 조명들과 귓가에 들려오던 캐럴송도. 밤바람을 맞으며 후후 불어가며 마시던 오뎅 국물과 허름한 술집에서 먹던 술도. 그렇게 난 짧은 겨울밤의 ..

외면해선 안되는 이유

예로부터 철학, 사회학, 정치학, 법학, 인문학은 있는 자들의 전유물이었지만, 근래에 들어 인문학을 한다는 것은 더욱 있는자들의 전유물이 되어 가는 듯하다. 전쟁 이후 너도 나도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때와는 달리 대한민국은 이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생겨버렸고, 그 격차도 너무나 커져 버렸으니까. 그럼에도 위 학문들이 있는 자들만의 전유물이라고 기만이라 배척해선 안되는 까닭은 그것이 인류의 발전으로 도움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이 기만처럼 보일지라도, 그들의 학문적 성취가 인류의 토대를 쌓는다는데 도움되어 왔다는 것은 사실이고, 그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금의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에 직간접적으로나마 닿아있다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러나 이 학문이 있는 자들만의 소유물이 될수..

모든 걸 짊어지고 갈 순 없다.

한 때 미니멀리즘이 유행한 적이 있다. 지금도 간간히 시행하는 이들이 보이지만서도. 온갖 정보들을 필요한 만큼만 취사선택, 배제하듯이 온갖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에 공간 다이어트는 필요한 법이다. 살이 찌면 몸이 무거워지듯 공간도 가득차면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지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사는 확실한 공간 다이어트 요법이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공간을 단장하는 것이다. 전에 가지고 있던 모든 불필요한 것들을 놔두고 꼭 필요한 것만 담아오면서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필요한 만큼만 채워가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비워내고 왔으면서 다시 채워나기로 결심하는 것은, 비어있던 것을 채워가는 것이 삶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살아가면서 공간은 채워질 수 밖에 없다. 우리의 뇌와 심장에 ..

돈 쓰는 법과 돈 버는 법

물론 둘 다 중요한 것이지만, 돈 쓰는 법과 돈 버는 법 중에 무엇을 먼저 익혀야 할까. 필자 생각엔 돈 쓰는 법이 아닐까 한다. 돈을 버는 것은 재능과 노력의 영역으로써 단기간에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공부하고 대학에 진학하여 취직한 끝에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게 된다. 이것은 긴 시간을 요한다. 혹은 누군가는 투자를 하거나 사업을 벌일 것인즉, 그것은 경제적 안목을 요구하기에 소질, 재능의 영역에 가깝다. 육체적인 일 역시 마찬가지다. 강도 높은 노동을 하려면 그에 맞는 육체적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돈을 쓰는 것은 습관이다. 습관은 꾸준하게 행한 끝에 자연스레 체화된다. 그것은 특별한 능력을 요구하지도 않고,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것은 의식적인 반복 작업이며, 본인의 욕..

생(生)

"저 어린 것도 살아보겠다고...." 작고 연약한 것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있다. 실로 생명이 존귀한 까닭은 단 한번만 건널 수 있는 강을 건너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이 슬프면서도 찬란하기 때문이며, 실로 생명이 하찮은 까닭은 그 생을 유지하고자 다른 생을 장작으로 삼아 유지하기 때문이다. 나면서부터 생을 향해 발버둥쳐야 하는 것이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숙명이지만서도, 생이 얼마되지도 않은 것이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것은 충분히 비극적이다.

루즈해져 가는 인생

나이를 먹어가며 인생이 루즈해지는 것은 인생이 극적으로 변화할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이를 먹으니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도전정신이나 패기가 사라져서 그렇다는 그저그런 소리가 아니다. 어떤 이는 말년에 이르러서야 잠재력이 폭발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중년에 들어 능력이 만개하기도 한다지만, 그것은 소수일 뿐이며, 대다수 범인들의 삶은 그러지 못하다. 지나온 세월만큼 삶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삶의 변화가 살아오던 것 이상으로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이 지닌 능력의 한계를 알게 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기에 막연하게 꿈꿀 수 있었고, 능력의 한계를 몰랐기에 갈망했던 젊은 날의 욕망들은 극적인 변화에 대해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인생이 변할..

돼지와 소크라테스 그 사이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부른 돼지와 배고픈 소크라테스,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해 있길 바란다. 도덕도 좋고, 신념도 좋고, 정의도 좋지만, 그것들은 삶 뒤에서나 오는 것들이다. 우릴 먹고 살게 해주는 것은 일부 단체들이 입으로만 외치는 도덕적 신념이나 정의가 아니라, 먹고 살려는 저마다의 역할이나 행동들이다. 도덕적 신념이나 정의를 현실에 안착시키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과 강요가 아니라 서로가 이득을 볼 수 있는 방안이다.

가치

누군가에겐 구슬땀을 흘려 버는 돈이, 누군가에겐 목숨을 걸고 버는 돈이, 누군가에겐 손짓 하나, 눈짓 하나로 버는 돈이기도 하다. 가치란 무엇이며, 가치는 어디서 오는가. 돈의 결과물만 놓고 본다면 눈짓 하나, 손짓 하나가 목숨을 거는 일보다 능력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더 가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과연 누군가의 눈짓 하나, 손짓 하나가 누군가가 목숨 걸고서 만들어 내는 그 무언가보다 가치가 높다 말할 수 있는가. 우린 돈의 결과물만 가지고 가치를 논하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높은 것이 돈을 가져오는 법이다. 시장경제에선 가치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돈이니까. 그러나 그 가치가 항상 일대일로 대응되듯이 물질적인 액수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물질..

의대,약대 40%, 지역인재 할당제에 대한 생각 마무리

과거에 필자는 지역인재 할당제에 대해 비판의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 지방 의대, 약대 정원의 40%를 지역인재로 뽑는다는 기사를 보았다. 추후에 지역인재 할당제로 이 티스토리를 찾아오는 이가 많아질 것에 대비하여 글을 정리해본다. (쓴 지 4년이나 됐는데 지금도 그 글을 보러 오는 이들이 많다.) 과거 공기업 지역인재 할당제 대해 필자가 비판한 근거는 '대학교 졸업을 근거로 한 지방인재'라는 것이 정책의 취지와 알맞지 않다는 점이었다. 지방의 인재들이 수도권 대학을 나와 수도권에 취직함으로써 지방이 수도권에 지속적으로 인재 유출이 되는 것을 타개하는 것이 이 정책의 목표였는데, 지방대를 기준으로 하면 우수 인재라는 기준 자체가 어긋나기 때문에 문제였다. 이는 다른 정책과 연동되어 문제였다. ..

왜 뿌리를 찾을까 - 근원적 불안감

우린 왜 고향을 찾고, 뿌리를 찾는 것일까. 그건 인간의 근원적 불안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각자 자신만의 가정을 이루고 독립해서 살아간다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에 내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냈던, 내 뿌리를 알고 계시는, 뭔가 의지가 되는 윗사람이 계시다는 사실 자체가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그것은 마치 사용하지는 않지만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와도 같은 느낌이랄까. 그냥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든든한 느낌이다. 성인이 되어 버린 우리는 더 이상 부모님께 어리광을 부리거나 의존할 수 없다. 우린 우리 나름대로 가정을 꾸릴 것이고, 그렇게 독립된 개체로서 나는 나대로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각자의 장소에 각자의 가정을 꾸리며 살아갈 것이다. 어린 시절의 가족이 이제 더..